[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숨질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 왔다. 산업계는 사고를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면서 여전히 모호한 법 조항과 과도한 처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영욱 산업1부 차장 |
산업계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다. 모호한 규정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고 경영 위축과 불필요한 소송전이 남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안전 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기업일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이미 만들어진 법 테두리 안에서 처벌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태안화력발전 사고 공판에서 검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 징역을 구형했다.
기업들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안전분야 투자를 늘리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꼼수'라는 비판도 있지만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선임하거나 안전 조직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실제 산재 사고 사망자수는 점차 줄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28명으로, 전년(882명)보다 52명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소 수치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올해는 700명대로 낮춰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180도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향해 '곡소리'를 내던 그 때 광주에서는 공사중인 아파트가 무너졌다. 현대산업개발은 30층 이상이나 120m 높이 이상 콘크리트 타설 공사 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대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무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요구하는 산업계 목소리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사고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후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사내 협력사 직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루 뒤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스팀 배관 안전감시를 하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포항제철소에서만 사망한 노동자만 3년 사이 5명이나 된다. 진짜 '곡소리'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이든 잘못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통렬한 반성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산업계 역시 진실한 반성과 공감대를 얻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현장에선 "하청업체 책임을 왜 우리가 져야 하냐",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어떻게 컨트롤하겠느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편의주의가 사라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고 싶다면 '복사+붙여넣기'한 사과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진실된 사과와 반성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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