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산업 재계·경영

[공급망 쇼크]③ "투자도 해결책도 우리 손에"…재계, 직접 뛴다

기사입력 : 2022년01월21일 14:27

최종수정 : 2022년01월21일 14:27

4대 그룹, 美에 44조 투자 '통 큰 결단'
재계 총수들, 쉴틈없이 글로벌 네트워크 가동
원천기술 확보·인재양성 등 근본 해결책 마련
"美 중심 공급망 재편에 실익 챙겨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재계가 앞장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현지 투자를 늘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작업에 동조하는 한편,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핵심기술 확보에 나서는 등 어느 때보다 분주한 새해를 보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가슴을 졸이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기업들이다. 대 중국 의존도가 적지 않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정부의 외교력에 기대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 공급망 재편에 따른 현지 투자, 그에 따른 리스크 부담은 쥐고도 기업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계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구축 작업을 기회로 실익을 확보하고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대그룹 미국에 44조 투자..美 중심 공급망 재편 동참

재계는 우선 미국의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 정책에 동조하며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미국 현지 투자 결정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 후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은 총 394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이 4대 핵심품목으로 정한 반도체·배터리·소재·의약품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해외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도 10억 달러(1조1100억원)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R&D센터 설립을 계기로 SK하이닉스도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배터리 사업 투자도 이어졌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025년까지 모두 11개의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스텔란티스와,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각각 손을 잡고 합작 공장을 설립하거나 독자적으로 설비 구축에 나선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무역분쟁 등을 겪으며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미국 정책에 부응하는 동시에 미중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발로 뛰는 재계 총수들..공급망 내부조직도 강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계 총수들도 '민간외교관'을 역할을 자처하며 백방으로 움직이고 있다. 매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 일정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해외 출장을 나섰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북미 출장에서 파운드리 투자를 결정지었고, 곧장 UAE로 떠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했다. 이 부회장은 백악관과 미 의회 핵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작년에만 네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rans-Pacific Dialogue·TPD)' 포럼을 가동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이 '민간외교관' 역할을 자처할 정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삼성과 SK 모두 중국에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사업의 생산공장을 가동 중으로,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매출의 40%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시장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공급망 관리 조직을 격상하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공급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4개 조직을 신설했다. 경영지원실 산하에 '공급망인사이트TF', 스마트폰(MX) 사업부 산하에 '구매전략그룹', 영상기기(VD) 사업부 산하에 '글로벌 운영팀',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에 '원가혁신TF' 등이다.

LG전자도 각 사업본부의 공급망 관리(SCM)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SCM실'을 'SCM 담당' 조직으로 격상하고 임원급 인사가 공급망을 관리토록 했다. 또 공급망을 지역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유럽 SCM팀' '북미·아시아 SCM팀'을 신설했다. 반도체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도체 개발·구매팀'과 '반도체 공급 대응 태스크'도 가동한다.

한국무역협회에서는 민관 합동으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공급망 모니터링 TF'를 가동한다. 글로벌 물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과 LX인터내셔널, GS글로벌 등 국내 종합상사가 참여한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중동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12.09 kimkim@newspim.com

◆근본적인 해결책은 '원천기술' 확보..R&D 투자도 늘린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핵심 기술 확보'를 꼽고 있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선진국과 독점기술을 확보한 기업들의 지배력이 지속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삼성전자가 인재양성과 기초과학 R&D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초과학, 소재, ICT 등 3대 분야에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 규모도 향후 3년간 3500억원으로 확대한다.

SK그룹은 SK스퀘어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ICT 3사가 연합체를 구성하고 반도체와 ICT 분야에서의 공동 R&D를 수행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SK텔레콤이 주도한 사피온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전용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정형곤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기술을 가진 동맹국간 공급망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고,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생산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동맹국의 기업들을 활용하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syu@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8명 사상'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고장난 스프링클러를 방치했거나 누군가 지하 소방용수 펌프을 차단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28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 아울렛 대전점 지하 1층 화재 당시 현장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 화재 초기진압을 위해 스프링클러를 통해 고압으로 쏟아져 나와야 할 소방용수가 나오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환경미화원 등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피해를 입었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으로 구성된 합동현장점검팀이 27일 오전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화재가 발생한 지하1층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2.09.27 jongwon3454@newspim.com 당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구조대원들은 지하 1층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한 관계자는 "화재 진압과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 화재 현장에 들어간 소방구조대원 일부가 지하층 스프링클러가 먹통인 상황에서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방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는 섭씨 70도가 돼야 수신기에 감지 받고 헤드가 작동해 물이 터진다"면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지하 하역장 등 화재가 발생한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야 했지만 중요 구역 바닥엔 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이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물탱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전=뉴스핌] 오종원 기자 = 화재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2022.09.26 jongwon3454@newspim.com 소방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에 대해 스프링클러 작동여부 불확실 등 현대 아울렛 대전점의 화재 초기 대응 방재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 합동감식단도 해당 스프링클러 작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소방설비 관계자는 "지하층 소방용수를 공급하는 믈탱크에 연결된 배관이나 주·보조 펌프 등이 잠겨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감식단은 28일 현장검증을 통해 완공된지 2년 남짓한 현대 아울렛 대전점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서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방재실에서 화재경보를 6번이나 끄는 바람에 대형화재로 이어졌다. 또 충남 천안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시에도 스프링클러를 고의로 꺼버려 초기 화재를 진압하지 못해 자동차 666대가 불에 타기도 했다. gyun507@newspim.com   2022-09-28 07:50
사진
[단독] "제주도 렌터카를 서울시가 관리·감독"…황당한 제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최근 렌터카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대여용 차량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뉴스핌 취재 결과, 100만대가 넘는 전국 렌터카 중 85% 가량을 서울시가 홀로 관리·감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법 탓에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는데, 최근 렌터카 사고가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후 차량 퇴역·무등록업체 퇴출 등 건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스핌DB] ◆ "제주 렌터카를 서울시가 관리?"…기형적 체계, 사고로 이어져 올해 3월 기준 서울시가 관리감독하는 렌터카는 90만대가 넘는다.(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대여용 차량으로 등록된 전국 렌터카(112만2527대) 4대 중 3대를 서울시가 관리하는 것이다. 현행법은 렌터카 주 사무소가 소재한 지자체를 차량 관할관청으로 지정하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관할관청은 주 사무소와 영업소·예약소 등록과 차량 대·폐차 등 행정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과 행정처분을 모두 담당한다.  그러나 실제 차량 등록 지역과 주행 지역이 상이한 경우가 대다수인 탓에 지자체 관리감독망이 제대로 작동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의 대여용 차량 총 25만여 대는 모두 주 사무소 소재지인 서울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제주에서 렌터카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관리감독 책임을 서울시에 물어야 하는 식이다. 제주 렌터카의 노후화 여부를 진단하거나 적정 차령을 넘어선 차량을 퇴역시키는 등 각종 행정업무도 서울시 소관이다.  롯데렌탈뿐만이 아니다. SK렌터카(15만여 대), 현대캐피탈(14만여 대) 등 업계 '빅3' 차량이 모두 서울시 관리 아래 놓여있다. 여기에 서울 각 구청이 관할하는 차량 6만7000여 대를 더하면 전국 대여용 차량의 85.4%가 서울시 관리 대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법 탓에 차량 관리 체계도 기형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결국 운전자 생명을 위협하는 업계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렌터카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일부 지자체의 업무량이 한계치에 도달하면서 안전망이 더욱 느슨해졌다는 우려가 커졌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카셰어링(차량공유)' 업체 5곳에 가입한 이용자 수만 1000만명이 넘고 카셰어링 서비스를 포함한 전국 자동차대여사업자는 1155곳에 달한다. 렌터카 교통사고는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렌터카 사고 건수(1만228건)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무등록 업체가 성행하고 연식이 오래된 노후 차량이 감시망을 피해 버젓이 운행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렌터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탑정호 사건'은 무등록 업체에서 일어난 사고로 당시 관할관청은 해당 업체의 영업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혁 의원실은 "영업소 관할관청이 렌터카 업체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해당 업체를 관리감독할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각 지자체가 주행 차량에 대한 과태료 부과·현장실사 권한을 갖긴 하지만, 주사무소 요청이 있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 같은 권한도 이행하지 않는 실정이다.   ◆ "제주 렌터카는 제주서 관리해야"…제도 개선 시급 업계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렌터카 A사 관계자는 "지자체 한 곳이 전국 영업소 차량 수십만대를 관리감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할관청은 사고 후 행정처분에만 나서는 등 차량 관리는 최소한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자체 관여를 적게 받을수록 기업 입장에선 편하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업계 안전성·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안할 필요성은 있다"라고 했다.  기업 경영 측면만 놓고 보면 현행 제도가 효율적이란 의견도 있다. B사 관계자는 "관할관청이 여러 곳으로 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업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이는 비용 증가와 업무 효율성 저하로 이어지니 관할관청이 다원화되는 것보다 일원화돼있는 편이 낫다"고 했다.  관련 현행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업계 관계자도 있었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조항을 손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대여용 차량 관할관청을 주 사무소 소재지가 아닌 차량 주행지역 지자체가 맡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에 상정돼 심사 중이다.  박 의원은 "무등록·불법 렌터카 업체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이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하게 감독해야 한다"며 "렌터카 영업소에 대한 행정업무와 처벌권을 해당 지역 관청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jw@newspim.com 2022-09-27 08:30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