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세계인의 축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월 4일 개최된다. 코로나19 속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인 만큼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희망과 용기를 전해줄 각국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주최국인 중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지에선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선수들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에는 한국 금메달 유망주의 라이벌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한국 스포츠계가 경계할 수밖에 없는 중국 메달 기대주를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우다징(武大靖)이 중국 쇼트트랙을 지탱하는 '뿌리'라면 런쯔웨이(任子威)는 새롭게 피어나는'새싹'이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런쯔웨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중국 쇼트트랙 선수 런쯔웨이. [사진 = 신화사] |
1997년 얼음 도시라 불리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난 그는 MZ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다. 2004년 하얼빈 쇼트트랙팀에 선발되었으며 헤이룽장성 대표 선수로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세대교체가 필요했던 중국 대표팀은 런쯔웨이를 새롭게 영입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며 차세대 간판 스타로 떠올랐지만 뜻밖의 긴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종일 집에서만 지냈다는 런쯔웨이는 "우울감이 지속됐고 불면증도 오래 앓았다"며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런쯔웨이(오른쪽)가 2분 20초 35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사진 = 신화사] |
그러나 주저앉지 않고 우울의 고리를 끊어낸 뒤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리옌(李琰)은 런쯔웨이를 '코끼리'라 불렀다. 리옌은 "런쯔웨이가 달리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압감을 준다"며 "그 모습이 마치 코끼리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만 25살인 런쯔웨이는 4년 전 평창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뤘다. 그는 첫 올림픽에서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남자 500m 준결승에서 아쉽게 추월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아울러 현지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한국 대표팀이 넘어졌을 때"를 꼽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헝가리에서 열린 2021~22 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 런쯔웨이가 2분 12초 91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왼쪽은 은메달을 수상한 캐나다의 파스칼 디온, 오른쪽은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박장혁. [사진 = 신화사] |
올림픽의 쓴 맛을 본 런쯔웨이는 과거의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4년 뒤에 열릴 다음 올림픽 준비에 매진하며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런쯔웨이는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1000m, 3차 대회 남자 1500m, 4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모두 1위를 석권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떠올랐다.
특히 헝가리에서 열린 3차 대회에서 한국 박장혁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21~22 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 경기에서 41초 027로 은메달 획득한 런쯔웨이. [사진 = 신화사] |
개인종목뿐만 아니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와 혼성 2000m 계주에도 출전해 메달을 향한 금빛 질주를 펼칠 예정이다.
올림픽 개막식이 다가올수록 선수들의 부담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둔 런쯔웨이는 "조국에서 열리는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며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런쯔웨이가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