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인증 유지…사고후 14일 취소
작년 광주 학동 참사 때도 "취소 고려만"
[세종=뉴스핌] 성소의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광주 외벽 붕괴 사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내준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을 뒤늦게 취소해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14일 HDC현산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소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산업안전보건법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반영해 개발한 안전보건경영체제다. 국내에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기업은 그동안 해외 수출 시 관련 국제 인증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아도 되는 등 여러 혜택이 있었다.
HDC현산은 지난 2010년 10월에 최초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이후 3년마다 갱신 심사를 거쳐 12년 간 인증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광주 동구 학동재개발구역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증이 시공사인 HDC현산의 인증도 취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지난 11일 붕괴된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 2022.01.12 kh10890@newspim.com |
공단은 안전보건 조치를 소홀히 해 물의를 일으킨 경우 공단에서 심사를 거쳐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참사가 난 이후에도 공단은 HDC현산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유지했다. 참사 당시 인증 취소를 고려했지만, HDC현산에 대한 판결이 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취소하지 않았다는 게 공단 측 입장이다.
공단 측 관계자는 "광주 학동 참사 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건"이라며 "사고 당시 인증 취소를 고려 중이었다"고 말했다.
불과 7개월 만에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고 나서야 인증 취소가 결정됐다. 공단 측은 HDC현산에 인증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소명 자료를 내라고 했지만 HDC현산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처리규칙에 따라 자진 철회로 간주돼 인증이 취소됐다.
공단이 뒤늦게 HDC현산의 인증을 취소하면서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산업 안전을 도맡아온 공공기관인 공단이 형식적으로 인증 절차에 임한 탓에 대규모 참사를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공단은 "광주 붕괴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현장 조사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업무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되도록 제도개선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광주 외벽 붕괴사고와 유사한 대형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17일부터 HDC현대산업개발 시공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고용부는 각 현장별로 10명 이상으로 구성된 감독반을 투입해 시공계획 준수 여부, 콘크리트 타설 후 강도 확인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중심으로 감독할 예정이다.
soy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