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붙은 행인에 상해 입힌 혐의…1심 집유→2심 벌금형
"피해자도 주먹 가격…그 과정서 발생한 상해일 수 있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은 행인에게 위험한 물건인 장우산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이 특수상해가 아닌 특수폭행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3부(장윤선 김예영 장성학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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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앞서 A씨는 지난 2020년 6월 2일 밤 11시 30분 경 서울 강남구 한 노상에서 택시를 타려다가 승차거부를 당해 욕설을 했다. 그는 자신들에게 욕설을 한다고 오해한 B씨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B씨가 이 상황을 촬영하자 들고 있던 장우산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B씨의 손을 세게 내리쳤다.
A씨는 B씨에게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고 B씨의 휴대전화 액정이 깨지게 하는 등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의 피해진술과 상해진단서,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촬영한 사진 등을 근거로 A씨에게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우산으로 오른손을 내리쳤고 날아간 휴대전화를 줍고 보니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상해진단서에도 '모르는 사람이 장우산을 휘둘러 다쳤다'고 기재돼 있다"며 "현장사진에 의하면 피고인이 범행도구로 사용한 우산의 우산대가 휘어질 정도로 강하게 내리친 것으로 보이고 우산대에는 혈흔이 묻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피고인의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사건 당시 B씨는 휴대전화를 줍다 손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A씨에게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는데 이 과정에서 입은 상해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는데 결과적으로 옆에 있던 피고인 일행이 얼굴을 맞아 착용하고 있던 안경이 깨지고 눈 부위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장우산을 휘두른 직후 피해자가 특별히 통증을 호소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휴대전화를 주우러 이동한 점, 곧바로 폭행당한 오른손으로 피고인 일행을 가격한 점 등을 종합하면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우수부 부상은 피해자가 피고인 일행을 가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의 폭행으로 부상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불편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경우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고 특수상해의 공소사실에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 속하는 폭행 사실이 포함돼 있으므로 직권으로 축소사실인 특수폭행을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