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30일 대법원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세 번째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제기와 수사, 기소 이후 3년. 관련 재판들이 하나둘씩 마무리 돼 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이태종 부장판사 등 전·현직 법관들이 상고심까지 재판을 받는 동안 아직 1심도 끝내지 못한 재판들이 있다.
이성화 사회문화부 기자 |
올 한 해 가장 법원에 많이 출석한 피고인은 단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일 것이다. 그러나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재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은 각각 200회를 향해 달려가고 100회를 훌쩍 넘겼음에도 언제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재판 1심 선고 시기를 올해 상반기로 잡았다. 반면 변호인들은 빨라도 이번 연말로 예상했었다. 이마저도 지난 2월 법관 정기 인사로 재판부 전원이 교체되고 수개월간 공판 갱신 절차를 거치면서 기약 없는 재판이 되고 말았다.
이 재판을 취재하면서 주변에서 "아직도 진행 중이야?" "도대체 언제 끝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사건의 본질보다는 언제 어떻게 선고가 날지에 더 관심이 가게 된다.
임 전 차장 재판의 경우는 더하다. 그동안 재판부 구성원의 변동은 없었지만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으로 9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재판은 재개됐지만 두 번째 기피신청으로 다시 멈춤 위기에 놓였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올해 법관 정기 인사에서 유임돼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하고 있는 윤 부장판사가 내년 2월 인사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재판부가 바뀐다면 양 전 대법원장 재판과 같은 방식의 공판 갱신 절차를 거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임 전 차장 재판부는 최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도 맡았으나 그 전까지는 양 전 대법원장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거의 사법농단 재판만 전담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변호인들은 "신속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재판을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재판부가 언제까지 이 사건에만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다. 법관 수 부족과 재판 지연 상황에서 신속한 재판을 기다리는 다른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결론을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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