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올해 손실보상 금액을 계산해보니 30만원을 준다고 하더라 화가 나서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이병일(55) 씨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가게를 연 이 씨는 지난해에는 매출 기준이 될 2019년 자료가 없어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올해는 기준이 되는 2019년 매출 통계 대신 2020년도 평균값을 적용받았더니 3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이 씨는 강력한 방역지침만큼이나 손실보상금에도 허탈해했다.
지혜진 사회문화부 기자 |
참여연대가 발표한 손실보상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의 총 매출에 대한 손실보상액이 1000만원 미만(35.3%)이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하는(23.3%) 자영업자가 설문조사 응답자 중 절반(58.6%)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17.2%나 됐다. 코로나19로 매출은 감소했으나 소상공인 범위(서비스업 기준 연 매출 10억원 미만,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에서 벗어나거나 입장 인원 제한 등의 조치는 있었으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받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인천에 본사를 둔 한 카페는 지난 18일부터 강화된 방역지침(4인 이하, 9시 제한)을 따르지 않고 24시간 정상영업을 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다. "지난 1년간 누적적자가 10억원을 넘었으나 그 어떤 손실보상금도 전혀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임대료나 인건비 부담은 더 큰 데 손실보상에서는 제외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다.
손실보상법이라는 성긴 법망에 보호받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를 향한 불신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범법자 양산하는 방역패스 철회 ▲보상 없는 영업제한 철폐 ▲소상공인 지원금 대폭 확대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 등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전국동맹 집단휴업을 하겠다는 자영업 단체들도 있다.
더 이상 공동체의 생명권을 담보로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식의 방역대책은 안 된다. 일상회복이 또다시 잠시 멈춘 지금,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 대신 속도감 있는 손실보상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heyj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