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2000억·기안기금 1500억에 한숨 돌린 제주항공
LCC 대부분 정부 지원 끊겨…요건 완화 지속 요청
작년 이어 올해도 1조 적자 전망…"유동성 확보 절실"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제주항공이 1500억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는다는 소식에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정부지원 창구가 돼 버린 기안기금의 까다로운 조건이 LCC들의 문턱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연말을 앞두고 국제선 회복을 기대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국내선 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LCC들은 내년에도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제주항공 3분기 말 자본잠식률 96.3%, 유증·기안기금으로 '해소'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기안기금운용심의회는 제주항공에 150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초 기안기금으로부터 321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총 1821억원을 확보했다.
제주항공은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당분간 유동성 부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96.3%에 달했지만 이후 무상감자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서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유동성 위기는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2년째 3000억원대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유상증자 이후에도 얼마 안가 현금이 바닥날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추가 유동성 확보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제주항공을 제외한 LCC들은 정부 지원에서 소외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LCC가 기안기금 지원자격이 안돼 신청조차 할 수 없어서다.
올해부터 정부 지원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LCC들은 유일한 자금지원 창구가 된 기안기금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뾰족한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안기금은 근로자 300명 이상,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만 자금지원을 검토한다. 티웨이항공 등은 작년 말부터 해당 요건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 정부 지원 끊긴 LCC, 기안기금 외 창구 없어…"내년이 더 문제"
LCC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4분기부터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 매출의 대부분인 국내선마저 위축될 위기다. 올 하반기부터 조금씩 여객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서 키웠던 기대감은 실망감이 됐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은 올해 각각 3042억원, 2013억원, 1544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과 신행 LCC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을 포함하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조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LCC들은 내년에도 유상증자 외에 유동성 확보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하반기에도 진에어는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으로 약 2000억원을 조달했고, 에어부산 역시 약 2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특히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이 필수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M&A) 추진을 계기로 현재까지 1조원이 투입됐지만 M&A 불확실성이 커지며 오히려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M&A를 위한 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과 자본잠식률은 각각 3668%, 11%에 달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국제선 중단 이후 현금흐름이 끊긴 LCC들은 자금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지원이 절실하다"며 "여러 창구를 통해 기안기금 요건 완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성과는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