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이어 5곳 자체운용 선언
KB자산운용, 연초 이후 수익률 17.5%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생애주기펀드(TDF) 독자운용에 나선 가운데 수익률이 점차 개선되는 등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외 운용사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하우를 터득하기 시작한 것인데, 한국형 TDF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6개 자산운용사가 TDF를 독자운용 중이다.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해외 운용사의 자문을 받고는 있지만 운용은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하고 생애주기에 따라 펀드가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이다. 각 운용사는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라는 자산 배분 곡선에 맞춰 연령별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생애 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독자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최근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TDF는 지난 8일 기준 총 177개로 순자산은 11조2694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4조6834억원 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7월 기준 7조8394억원과 비교해도 5개월 만에 약 3조원이나 늘었다.
TDF가 빠르게 덩치를 불리면서 자산운용업계는 독자운용 출사표를 내고 자체적인 글라이드패스를 개발해 운용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여년 전부터 TDF를 독자적으로 운용한 것에 이어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 7월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와 자문 계약을 종료한 뒤 독자 운용을 선언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성주호 경희대학교 교수 등을 포함한 외부 구성원들과 함께 개발한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지난 8월부터 TDF 상품을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뒤이어 KB자산운용도 해외 운용사 뱅가드와의 자문 계약을 종료하고 독자적으로 TDF 운용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7월 'KB온국민TDF'를 출시한 이후 4년간 뱅가드의 자문을 받아 펀드를 운용해왔다. 현재 KB자산운용은 서울대 경제학과 안동현 교수 연구팀과 개발한 독자적인 글라이드패스를 활용해 'KB다이나믹TDF'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 운용사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독자운용 노하우가 겹겹이 쌓이면서 이들 자산운용사의 TDF 수익률도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KB온국민TDF2055증권자'는 연초 이후 17.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한화LifePlusTDF2050증권도 14.3%로 뒤를 잇고 있다.
또 지난 9일 기준으로는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화LifePlusTDF'로 16.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어 키움자산운용의 '키워드림TDF'도 16.13%의 수익률을 보였다.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은 운용사들이더라도 TDF 독자운용 역량을 키우면서 수익률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오는 2022년 6월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기 때문에 독자운용에 나서는 자산운용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운용사에 자문 및 운용을 맡기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TDF 기초체력을 길러놓는 것이 유리하다. 또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TDF가 주류 상품으로 자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만큼 독자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자산운용업계의 전망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TDF 시장은 대형사들이 선점하고 있으나 중소형 운용사들이 독자운용 노하우를 쌓으면서 이 구도가 재편되는 분위기"라며 "내년에는 대형사, 중소형사 가리지 않고 해외 운용사와 결별하고 TDF 독자운용에 나서는 곳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