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웨이브·네이버·카카오, 앞다퉈 IP 확보 공모전
"용역업체 전락않으려면 리스크 견딜 체력 길러야"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흥행 가능성이 있는 지적재산권(IP)를 발굴하고 경쟁사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작품성 있는 작가와 콘텐츠를 키워왔던 네이버, 카카오가 IP확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고 웨이브, 시즌 등 국내 토종 OTT들도 공모전을 새로 만들거나 규모를 키우는 등 IP확보전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콘텐츠들이 글로벌 OTT의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IP 발굴 및 확보만큼이나 꾸준히 투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마트폰에서 재생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일러스트. 2021.09.30 [사진=로이터 뉴스핌] |
14일 업계에 따르면 KT그룹의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는 KT스튜디오지니는 최근 웹소설·웹툰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와 함께 개최한 웹소설&웹툰 공모전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 선정 기준 중에는 '영상화 가능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작인 웹소설 '빛이 부서지면'이 수상하게 된 이유도 영상화 가능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앞서 이달 초에는 OTT 웨이브의 콘텐츠개발자회사인 스튜디오웨이브가 원스토어와 IP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튜디오웨이브가 원스토어가 보유한 웹툰 및 웹소설 IP를 영상화해 웨이브에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공하고 원스토어는 스튜디오웨이브가 가진 영상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웨이브와 원스토어는 모두 SK스퀘어의 자회사로, 관계사간 협력을 공고히 해 국내외 유통과정까지 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원스토어가 매년 개최하던 '웹소설 공모전'에도 올해부터 스튜디오웨이브가 동참하기로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IP확보 노력에 있어서는 OTT보다 선배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 자체제작 콘텐츠로 만들어져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지옥' 역시 네이버에서 처음 연재된 웹툰이었다.
양사는 자사가 보유한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을 기반으로 IP수급에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총 상금 규모 5억원의 '웹툰·웹소설 지상최대공모전'을 매년 운영 중이며 카카오도 '파일럿웹툰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선정된 파일럿 연재작에 최대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OTT들이 앞다퉈 IP확보에 나서는 이유는 OTT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중성있는 자체제작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유료가입자를 유치하고 지키기 위한 정공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넷플릭스의 전세계 유료가입자 숫자는 월가 추정치인 386만명을 뛰어넘은 438만명 순증했다. 해외 유력매체들은 '오징어게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예상보다 많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였다고 봤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이후 첫 4주간 전 세계 1억4200만명이 시청했다.
여기에 '오징어게임', '지옥' 등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제작사 및 플랫폼사들은 단순 용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제작사와 넷플릭스와 계약조건은 주로 IP, 판권, 해외유통권 등이 모두 넷플릭스에 넘어가는 조건으로 이뤄진다. 넷플릭스가 흥행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자사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투자하는 대신 수익도 전부 가져가는 셈이다. 그간 국내 제작사들은 제작비가 부족하거나 해외유통망이 없어 IP 및 판권을 전부 넘기더라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원천 IP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유통하는 가치사슬을 확보하는 것이 K콘텐츠의 성공 조건"이라며 "콘텐츠가 소위 '대박'날 확률은 1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