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해마다 연말이면 주식시장엔 대주주 회피 물량이 나온다. 작년엔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해서 이슈가 커졌었는데,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다. 10억원 기준이 유지되고, 투자자들도 어느정도 적응을 했을테니 말이다.
연말에 혹시 하락장이 오거나, 매도 물량이 몰릴 것을 대비해 미리 정리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평온해 보이는 주식투자의 세금 체계가 대폭 바뀌는 건 2023년 부터다. 1년이나 남아서인지, 아직까진 시장에서 큰 동요는 없다.
가끔 사석에서 심심풀이로 얘기가 나오는 수준이다. '시장에서 자금이 얼마나 빠질까', '한국 주식 말고 미국 주식을 해야겠지?', '한국 주식은 내년까지만 해야겠네' 이런 얘기들 말이다. 물론 과장된 측면도 있겠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고 있고, 세법 논리 차원에서도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거래세보다는 타당하다는 주장들이 많다.
최근 몇 년간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대폭 늘었다. 한국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만 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그들은 대체로 '초일류 기업들이 있는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엔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들이 몰려 있다. 테슬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이름만 들어도 '뭔가' 있는 느낌이다. 미국 시장을 잡은 기업들은 글로벌 톱티어 기업이 된다.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탄생했으면 페이스북처럼 됐을 것'이라는 식의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서 태생한 혁신적인 기업과 한국에서 태생해 글로벌 시장을 뚫어야 하는 기업들의 성장성과 주가 등을 생각해 보면 미국 주식 시장이 투자하기엔 훨씬 더 쉬운 시장인 것 같기도 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미국 시장을 아예 포기한다면 한국 주식시장에서 현대차,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을 사면 된다.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한국 시장에만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력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해 '주식고수'라고 불리는 슈퍼개미들도 한국주식 비중이 월등히 높다. 대체로 그들이 말하는 한국 주식 투자의 장점은 '접근성'이다.
기업에 대한 가치를 분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탐방을 수시로 해야 하고, IR 담당자와 전화도 자주 해야 한다. 그 기업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해외 기업은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세금'이다. 물론 현재도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가 있지만, 연말 수량 조절, 분산 투자 등의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부자들에겐 세금을 합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자산 시장은 정말 매력적이다.
슈퍼개미들을 예로 들었지만 일반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접근성'과 '양도차익 비과세', 이 두 가지가 한국 주식 시장만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 중에 하나인 '비과세' 매력이 당장 1년 후부터 없어지는 것이다. 양도세는 개인들만 낸다. 물론 기관과 외국인은 다른 세금을 낸다. 외국인은 자국에서 세금을 낼 것이고, 국내 법인들은 법인세를 낼 것이다. 시장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장 플레이어들은 또 금새 적응을 하겠지만. 어쨌든 다른 변수들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새로운 과세 체계에 따라 시장을 떠날 사람들은 있지만, 유입될 사람들은 적다는 점에서 시장의 자금이나 거래규모 등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해진다.
양도세가 생기는 대신 거래세는 대폭 낮아지지만 주식 투자에서 많은 차익을 봤다는 가정을 한다면 거래세는 양도세에 비해 '새 발의 피' 수준의 세금이다. 올해 핫했던 주식인 위메이드를 3만원에 1억원어치를 샀다가 21만원에 팔았다고 가정해보자. 6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5000만원을 뺀 5억5000만원이 과세대상이고, 세율은 20%(3억원 이상은 25%)가 적용된다. 1억원 이상의 세금이 발생한다. 만약 현재 수준의 거래세 체계라면 세금은 매도대금 7억원의 0.23%(증권거래세 0.08%+농특세 0.15%)인 161만원에 불과하다.
거래세 구조에서 양도세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정부에선 '선진화'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거래세가 아예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코스피 상장 주식은 거래세가 0%로 되고 코스닥 상장 주식은 0.15%로 인하되는데, 코스피 상장 주식의 경우 지금 부과 되고 있는 농특세 0.15%는 계속 유지된다.
결국 코스피나 코스닥 모두 거래 시 0.15%의 세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전환'이라면 거래세를 아예 없애야 하는데, 앞뒤가 좀 맞지 않는것 같다. '이중과세 논란'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거래세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것은 혹시 모를 '세원 누수 방지 차원'으로 해석된다.
'비과세 한도인 1년에 5000만원 차익 수준까지만 팔고, 나머지는 홀드하겠다'는 사람들이 혹시 많아진다면 혹은 1년 내내 하락장이 지속된다면, 양도세가 정부 추산대로 원할하게 거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여러가지 논란 속에서도 특별한 태클이 걸리지 않는다면, 정부의 기존 로드맵대로 2023년부터는 양도세가 전면 도입된다.
아직 1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피부로 와닿지 않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지만, 내년 연말쯤 되면 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권에서도 당연히 얘기가 나올 것이다. 올해 연말 이슈가 됐던 '가상화폐 과세', 작년 말에 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던 '3억 대주주'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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