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전문가 이병학 대표 선임...해외통인 박준 대표와 공동 경영 나서
'빠른 변화'에 전문경영인 선호 추세 반영...효율화·투명성서 강점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농심이 오너경영에서 한발 물러서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박준 부회장과 공동 경영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생산 전문가로 꼽히는 신임 이 대표와 해외사업 전문가인 박 대표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해외사업+생산전문가,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3세 경영수업도 본격화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이병학 생산부문장 전무를 내달 1일자로 부사장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신동원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 회장직만 맡게 된다.
그간 지속해 온 오너경영을 중단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는 포석이다. 신임 이 부사장은 충남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농심에 입사해 36년간 생산현장에서 근무해온 생산 전문가다. 특히 이 부사장은 농심 공장의 자동화와 최첨단 생산공정 도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7년에는 농심 전 공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생산부문장 전무로 승진했다.
왼쪽부터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부사장, 박준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농심 |
오랜 기간 신동원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아온 박 부회장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박 부회장은 1981년 농심 수출과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미국지사장과 국제담당 이사,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역임한 해외사업 전문가다. 1984년 미국지사장, 1991년 국제담당 이사를 거쳐 2005년부터 2011까지 국제사업총괄 사장을 맡아왔다. 이후 2012년 국제사업총괄 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현재까지 9년째 대표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특히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면서 신동원 농심 회장과 함께 농심의 제 2전성기를 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오너경영 재개의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이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이 구매담당 상무로 승진해 경영수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신 상무는 2019년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3년 만에 처음 승진했다. 1993년생으로 아직 20대 후반인만큼 경영전면에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변화'에 초점...내년 가동앞둔 美 제 2공장서 시너지 나타낼 듯
생산전문가인 이병학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만큼 농심은 향후 생산 효율화와 제품력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화 식품기업으로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올해 농심은 코로나19 이후 시장변화에 주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체계 마련에 집중해왔다. 박 대표는 올 초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야 한다"며 브랜드 관리, 글로벌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 해외시장에서는 꾸준히 성과를 나타냈다. 올해 농심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총 6900억 원으로 이중 해외(3700억 원)가 53.6%에 달한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체 실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원재료값 인상,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044억으로 지난해 (1603억) 대비 35%가량 줄어든 상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11.29 romeok@newspim.com |
현재 농심은 미국 제 2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미국 제2공장 설립을 마무리 짓고 내년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제 2공장이 가동되면 미국과 캐나다뿐 아니라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아우르는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 가동과 더불어 효율화 작업이 요구되는 만큼 생산 전문가인 이 대표의 역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생산 전문가인 이 대표와 해외사업 전문인 박 대표의 협업 성과가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로 전환한 농심에 대해 업계에서는 '빠른 변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로 평가했다. 경영 효율화와 투명성 강화가 기대되는 한면 오너경영의 장점인 대규모 투자 등은 주춤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의 장점은 현장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하고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라며 "대규모 투자나 과감한 변화 등 오너경영의 강점은 줄겠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소유와 경영을 이원화하는 최근 추세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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