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담대·신용대출 재개...한도 기준도 완화
대출 증가세 꺾이며 총량 여유...금리인상 부담은 지속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지난 9월부터 가계대출을 바짝 조였던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고 있다.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면서 총량 한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늘리고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재개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아파트론, 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비대면 모바일 대출과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지난달 20일 전세자금 등 실수요자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을 중단한지 약 한 달 만이다. 내달 1일부터는 주택,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담보대출도 다시 취급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은행권이 가계대출 고강도 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오늘부터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중단한다. 주택과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은 중단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유지한다.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하나원큐 아파트론 판매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중단했다. 사진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영업부 모습. 2021.10.20 mironj19@newspim.com |
대출 기준도 느슨해졌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잔금대출 한도 기준으로 'KB시세'를 우선 적용하고 시세가 없는 경우 '감정가액'을 적용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말 한도 기준을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강화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시세가 분양가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시세를 우선 적용할 경우 대출자 입장에선 한도가 올라간다.
전세대출에선 원금의 5% 이상을 분할상환하도록 한 방식에서 일시상환도 선택할 수 있도록 내부지침을 변경했다. 일시상환은 이자만 내다가 대출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지난달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이나 혼합상환(원금의 일부만 분할상환하고 나머지는 일시상환)만 허용했던 것에서 일시상환을 다시 풀어준 것이다. 보통 2~3년인 전세대출 기간에 원리금을 나눠 갚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시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NH농협은행도 다음달부터 무주택자에 한해 주담대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주담대, 전세대출 등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지난달 전세대출만 재개한 상황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을 다시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취급 한도를 둘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닫았던 대출 문을 다시 여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에 취급한 전세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706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5.3% 늘어난 규모다. 여기서 지난 10~11월 취급한 전세대출을 제외하면 증가율은 4.4%로 낮아진다. 당국이 제시한 목표치인 6%대보다 여력이 생긴 것이다.
당국 규제에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조이면서 대출 급등세가 다소 진정된 영향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보다 36조7000억원 증가해 8분기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주택담보대출이 20조8000억원 늘며 전 분기(17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지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 폭(16조2000억원)이 2분기(23조8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은행들이 대출 문을 조금씩 열면서 일부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현재 0.75%에서 1.0%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막혔던 대출이 풀렸지만 내년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더 강도 높은 규제들이 시작된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