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 긍정 평가...치킨선 훨훨, 외식사업선 글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bhc그룹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최종 인수했지만 사모펀드 자금을 끌어 들인데 따른 경영 효율화가 제기되고 있다.
아웃백 인수를 비롯한 외형확장 과정에서 사모펀드 자금이 들어간 만큼 수익성 개선 차원의 군살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치킨 이외의 자체브랜드로 성공한 전례가 없는 bhc가 아웃백 등 외식사업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 치킨으로 시작한 bhc, 패밀리레스토랑 삼켰다...'종합외식기업 도약' 목표
22일 업계에 따르면 bhc그룹은 지난 18일 국내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스카이레이크PE)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지분 전량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최종 마무리 지었다. 거래금액은 2500억대 수준으로 알려진다.
bhc는 지난 7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9월 스카이레이크PE와 아웃백 지분 100%를 넘겨받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계약을 최종 완료한 것이다. 앞서 스카이레이크PE는 2016년 아웃백 미국 본사인 블루밍브랜드인터내셔널로부터 국내 아웃백 법인 지분 100%를 약 600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11.19 romeok@newspim.com |
bhc가 아웃백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기존 육류사업과의 시너지 때문이다. 아웃백은 1세대 패밀리레스토랑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아웃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2019년 대비 41% 증가했으며 올해도 토마호크, 티본스테이크 등 대표메뉴 흥행을 바탕으로 실적 상승을 이어갈 전망이다.
치킨프랜차이즈로 시작한 bhc는 2013년 BBQ에서 분리된 이후 외식 브랜드를 인수하며 외형확장을 해왔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에 이어 2015년 12월 수입소고기 구이 전문점 '불소식당, 2016년 순댓국 전문점 '큰맘원조할매순대국'과 소고기 전문점 '그램그램' 등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bhc는 '종합외식기업 도약'을 목표로 앞으로도 유망한 외식 브랜드 인수에 지속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bhc관계자는 "아웃백 인수를 이제 막 완료했기 때문에 실무진 차원에서 전체 업무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는 내년 초쯤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먹는 장사는 '감'이 중요한데...외식사업 수익성 부진·사모펀드 투자 한계 지적도
bhc의 아웃백 인수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급하는 물량 규모가 클수록 유통·물류 등의 평균 비용이 줄기 때문이다. bhc 또한 아웃백 인수와 관련해 '기존 육류브랜드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등을 대량 구매해 납품하는 외식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이룰수록 유리하다"며 "아웃백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괜찮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bhc가 기존 아웃백의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키워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나온다. 메뉴 회전이나 트렌드 변화가 빠른 국내 외식 시장에서 치킨 사업 성공 전례만을 가지고 승부를 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우려다. 사실상 bhc가 치킨 외의 자체 외식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키워낸 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bhc '족발상회' 가맹 1호점 운정점 오픈식.사진 왼쪽부터 bhc 김충현 연구소장, 임금옥 대표, 족발상회 운정점 윤현철 점주, 문상만 본부장. [사진= bhc] |
최근 bhc의 외식사업 성적은 부진한 상태다. 그램그램은 지난해 순이익이 2019년 대비 79.8% 감소했고 큰맘할매순대국과 창고43도 각각 40.6%, 43.5% 순이익이 줄었다. 불소식당의 경우 수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bhc치킨이 전년 대비 84.8% 증가한 753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bhc는 지난해 첫 번째 자체 브랜드 '족발상회'를 론칭하고 올해 8월부터 가맹사업 모집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단계로 직영점과 가맹1호점 두 곳에 그친다.
외형확장 과정에서 펀드자금이 들어간 만큼 수익성 개선이 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bhc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bhc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수익률 관리 및 회전율이 빠른 펀드 특성상 불필요한 비용 줄이기 등 단기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M&A업계 관계자는 "통상 외식사업은 사모펀드가 장기적으로 쥐고 있기에 취약한 분야로 꼽힌다"며 "트랜드에 매우 민감하고 자기 브랜드를 만드는 능력, 메뉴개발, 관리 등 외식 분야에서 통하는 일종의 '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 있는 회사를 사고파는 M&A업체를 넘어 외식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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