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돈 빌리려 했다가 거절, 살해 계획
검찰 "피고인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 배신감 상상 못해"
피고인 "유가족 위안되게 엄벌에 처해달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검찰이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옛 직장동료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은 40대 남성 A(41)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문병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씨의 강도살인·재물은닉·방실침입·시체유기 혐의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피고인의 입사동기로 증권회사 재직 시절 피고인에게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도와줬던 사람"이라며 "피고인은 이런 피해자가 주식으로 많은 이득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강도살인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흉기를 수차례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하고, 범행 후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피해자로 가장해 가족과 동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가 죽음의 순간에서 느낄 배신감과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해자는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사는 평범한 40대 가장으로서 개인 사무실을 연지 일주일 만에 피고인은 이런 가정을 순식간에 파탄냈다"며 "아직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생각하면 사형을 구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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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A씨는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최후 진술에서 A씨는 "어리석은 저의 행동으로 한 가정의 행복을 깨뜨렸다"며 "피해자는 저에게도 소중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을 너무나 아프게, 갑작스럽게 떠나게 한 저의 죄는 용서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한 아이의 아빠이지만 피해자에게는 4살 딸 아이가 있다"며 "4살이라면 한창 아빠를 찾은 나이인데 그런 아이에게 다시 아빠를 못 보게 한 것이 저의 가장 큰 죄다. 저의 죄로 마음 아파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A씨는 또 자신의 범행으로 가족에게 큰 죄를 지었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는 "두 아들에게 가난을 물러줬고, 아빠가 없는 삶에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물러줘서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피해자 유가족에게 위안이 되도록 엄벌에 처해주시고, 저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에게 사죄한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가족과 지인들은 검찰의 구형이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재판은 검찰의 구형, A씨의 최종진술까지 합해 1시간 가량 진행됐고, 선고기일은 다음달 15일 오후 2시 30분에 열린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경영난으로 4억여원의 빚이 생기자 과거 증권회사를 함께 다닌 적이 있는 피해자가 주식 투자로 수익을 얻은 사실을 떠올렸다. 이후 피해자에게 돈을 빌리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난 7월 13일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와 흉기 등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A씨는 피해자의 주식 계좌에 접속해 주식 9억원 어치를 매도하고, 현금,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빼앗았다. 또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담아 자신이 운영하는 경북 경산 창고로 옮겨 정화조에 유기했으나 피해자의 부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15일 체포됐다.
filte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