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우려' 김종인에 이준석 입김 더해지며
'선대위 주도권' 둔 기싸움 팽팽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업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약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선대위 구성을 둔 샅바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전권을 넘겨야 한다며 연일 훈수를 두면서 윤 후보와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정오께 서울 마포구 '사심가득'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캠프] 2021.11.06 kimsh@newspim.com |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가 당무 우선권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 대표가 연일 선대위 인선을 공개 제안하면서 양측 간 미묘한 감정선이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보가 인선을 발표하기 전에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여러 제안을 하다보니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며 "자칫 인선 갈등으로 비춰지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불편한 기류를 전했다.
반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당대표 입장에서 대선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조언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가 인선을 결정하면 끝날 일이다. 윤 후보가 판단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비토 정서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투톱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 후보도 김 전 위원장의 원톱 선대위 구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윤 후보는 기존 캠프에서 외연 확장을 이루는 확대 개편 기조를 가져가려는 반면 김 전 위원장은 기존 캠프를 '파리떼' '자리사냥꾼' 등으로 비유하며 해체 수준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어 선대위 구성을 둔 알력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실용성을 갖춘 작은 선대위 구성을 강조하며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선대위가 크다고 해서 선거에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많은 사람들을 끌어다 놓으면 국민이 식상해하는 똑같은 얼굴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결국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같으면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본선이 홀가분하고 쉽게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신의 선대위 합류 여부도 윤 후보가 결심할 문제라고 압박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가 지난 10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 타워에서 열린 가칭 "새로운물결"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던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2021.10.24 leehs@newspim.com |
총괄선대위원장 아래서 사실상 실권을 장악하는 총괄선대본부장 인선에도 여러 후보군이 물망에 오른 상태다.
이준석 대표는 4선의 권영세 의원을, 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대선 체제에 맞춰 당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한 상태인데 이 대표가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제안한 권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는 당초 사무총장 자리에 비서실장인 권성동 의원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전 위원장은 금태섭·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에 임태희·금태섭·윤희숙 전 의원을 추천했냐는 질문에 "나는 추천한 적이 없다"면서 "내가 선대위에 오면 자신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후보 비서실장에 권 의원, 지난 11일 대변인단에 재선의 이양수 의원과 김병민 대변인을 임명한 것을 마지막으로 선대위 인선에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킹 메이커'로 불리는 조력자 김 전 위원장에 2030세대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이 대표의 입김이 더해지면서 윤 후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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