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실적 부진, 털어내자마자 '닭고기값 담합' 제재
삼계에 이어 육계까지 담합 조사...과징금 규모 수천억대 전망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실적 반등에 성공했음에도 웃지못할 상황에 처했다. 수년째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다 올해들어 실적 개선 효과가 확대되고 있지만 닭고기값 담합 의혹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이익분을 반납할 위기여서다. 닭고기값을 둘러싼 속앓이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3년째 실적부진 고전...올해 닭고기값 상승에 흑자전환
15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만2907.48% 증가한 191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288억6100만원으로 같은 기간 25.85% 늘었다.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은 369억 3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앞서 하림은 지난해 상반기 -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11.11 romeok@newspim.com |
최근 3년간 하림은 부진한 실적을 지속해왔다. 2017년 영업이익 181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 15억, 2019년 -434억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에는 하반기 실적 상승 영향으로 61억의 흑자를 냈지만 2017년 수준에는 못 미쳤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2017년 수준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림이 실적 회복은 닭고기 가격과 관계가 깊다. 그동안 닭고기 공급 과잉 현상으로 생닭 가격 폭락 등 수년째 수익성 악화를 겪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닭고기 공급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당시 예방적 살처분을 평년 대비 강화한데 이어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닭고기 가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닭고기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 악화를 겪던 하림이 올해부터 실적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다.
하림은 체력회복과 동시에 '프리미엄'을 내세운 식품사업에 발을 뻗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지수다. 지난달 프리미엄 라면을 표방한 '더 미식라면'을 출시하며 라면업계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림의 더 미식라면은 한 봉지에 2200원으로 농심, 오뚜기 등 타사 프리미엄 라면이 대비 높은 가격으로 논란이 됐다.
앞서 하림은 지난 3월에도 경쟁제품(1850~1950원) 대비 높은 가격으로 책정한 즉석밥 '순밥(2100원)'을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높은 가격만큼 월등한 맛과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시장에 안착하기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육계 가격 담합했나" 공정위 3연타...수천억 제재 위기
하림은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 실적개선 효과를 봤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닭고기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당국의 제재 때문이다. 자칫 수천억의 과징금으로 이익분 이상을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림 등 육계업체를 대상으로 치킨 등에 사용되는 육계(일반 닭고기) 가격 담합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지난달 삼계탕용 닭고기인 삼계 담합 협의로 하림에 78억7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두 번째 닭고기값 제재에 들어간 것이다. 편법승계 문제로 하림그룹 계열사에 48억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까지 포함하면 하림그룹 차원에서는 올해 공정위의 세 번째 제재를 받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하림타워에서 열린 'The미식 장인라면' 출시 사진행사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10.14 pangbin@newspim.com |
공정위는 하림·올품·동우팜테이블 등 16개사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약 12년 동안 육계 신선육의 가격 및 출고량을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관련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최근 발송했다. 다음 달까지 각사의 의견서를 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육계는 전체 닭고기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메인 시장이다. 삼계에 비해 5배가량 크다.삼계가 여름철 삼복 시기에 집중 소비되는 품목이라면 육계는 일반 닭고기로 두루 쓰이는 품목이어서다.
앞서 공정위는 삼계 담합과 관련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약 6년간의 혐의로 78억을 부과했었다. 그런데 이번 육계 담합 건은 삼계 대비 시장 규모도 크고 대상 기간도 두 배 이상 길다. 실제 제재가 이뤄질 경우 그 규모가 수천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6년 공정위는 육계 담합에만 과징금을 물리고 삼계는 시정명령으로 끝냈지만 이번에는 품목별로 각각 제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육계는 삼계에 비해 시장이 방대하기 때문에 제재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림 측은 육계 담합 건에 대한 공정위 제재와 관련 한국육계협회 등과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하림 관계자는 "아직 따로 입장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삼계 담합 제재 건은 아직 최종 의결서를 받아 보지 못했고 과징금도 확정금액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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