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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8년 만에 전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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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지쳐있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려 사진첩을 뒤적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누구 하나 눈치를 주지도 않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서였다.

풋풋했던 20살의 새내기 시절, 빡빡 민 머리의 군 복무(의경 출신) 시절, 이력서 쓰느라 밤샘하던 취준생 시절 등 오랜 추억이 담겨있었다. 다신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기에 더욱 그립고 소중하게 여겨졌다. 물론 그 당시엔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했던 때도 있었다. 아마 군대에선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2012~2013년의 어느 추웠던 겨울날. 졸업앨범 보듯 다들 잘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 전기자 혼자 한 가운데서 다른 옷 입고 화이팅 외치고 있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 2021.11.10 kh10890@newspim.com

훈련이라도 하는 날에는 몸도 힘든데 정신적으로도 괴롭히던 3총사(심·신·허씨)가 있었다. "내가 나중에 고참이 되면 저런 XX들처럼은 안될 거야"라고 했지만 나도 고참이 됐을 땐 똑같았던 것 같다. 훈련에서 제대로 안하면 실전에서 다칠까봐 그런 거였다. 누구나 말 못 할 고충이 있던 거였다. 

◆ 21살의 훈련병이 어느덧 30살

30살이 다 지나기 전에 전우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약 2년간 매일 서로를 헐뜯기도 했지만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서로를 챙겼던 그 사람들에게 21살의 훈련병이 이제는 예비군도 끝난 30살이 됐다고. 내가 바뀐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전역 후엔 종종 연락하며 지냈던 선·후임도 있었지만 사는 곳도 다르고 일도 서로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용기 내서 후임에게 먼저 연락해 보기로 했다. '혹시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받더라도 육두문자 섞인 욕이 돌아오면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여러 생각을 하며 소개팅이라도 하는 것 마냥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포상휴가라도 걸리는 날에는 모두가 이 악물고 게임에 임했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 2021.11.10 kh10890@newspim.com

"아이고, 충성 전경훈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운 목소리, 선임 취급은 안 해줬지만 말은 잘 듣던 녀석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그렇듯, 서로 자기가 제일 힘들었고 자기가 제일 군 생활 열심히 했다고 하는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꽤 긴 시간 동안 나눴다. "우리 한번 몇 명이 모일지는 몰라도 부대 사람들 모아서 만나보자. 다들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언제 밥 한번 먹자 그런 거 말고 진짜로" 녀석은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 전역 후 처음으로 연락해 봤다

위드 코로나 덕분에 6명도 모임이 가능해서 좋았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연락처를 모르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SNS에 검색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수소문해 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아도 일이 바빠서, 어느덧 가정을 꾸려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대답들이 돌아왔다. 또 만남은커녕 연락 자체를 꺼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제로 끌려간 그 시절이 좋았던 추억이 아니었다고 개인적인 연락은 해도 군대 이야기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지나간 추억은 추억대로 만남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면 만남은 더욱 어려워질 거라 생각해서 단 1~2명만 모여도 좋다는 생각으로 9월 말부터 연락을 하다 보니 6명(선임 2·후임 4명)이 만나자는 의사를 보여왔다. 10월 초에 방을 잡으려고 보니 백신 접종 완료자가 없으면 4인 이상 숙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허무하게 모임이 취소됐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이 이대로 무산되지 않도록 두 가지를 제안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올해 안에는 꼭 만날 것과 서로의 만남이 해가 되지 않도록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것. 예능 프로그램에선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자막 한 줄이면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던데 그래도 6명이 모두 각자 다른 지역에서 오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자고 했다. 

◆ 위드 코로나 덕분에

21~23살이었던 아이들이 어느덧 30대가 됐다. 대학교 MT 느낌도 조금 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10월 중순이 조금 넘어가자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했다는 연락들이 왔다. 의미 있는 만남이었기에 의미 있는 날짜, 장소에서 모이자고 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 시행 첫 주말인 11월 6일 광주에서 모이기로 했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장소가 광주는 아니었지만 숙소비를 내가 낸다고 하니까 광주로 모였다. 공짜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소문 무성한 유숙헤어(유스퀘어의 별칭) 구경 한번 해보겠다고 모인 6명의 8년 만의 첫 만남은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한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반가움 그 자체였다.

◆ 평범했던 일상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사진 찍고 있는 전기자. 고기는 안굽고 먹기만 한다고 혼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기억 속 저 너머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재미에 심취했다. "너네 때문에 그때 얼마나 고생한 줄 아냐", "형이 선임 중에서 힘들게 했던 선임 중에 한명이었다" 당시에는 말 못 했던 이야기를 꽃피우느라 오랫동안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남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을 가장 먼저 가고 싶다고들 하던데 내가 바란 건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감염 걱정 없이 지금처럼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는 거였다. 오랜만의 만남의 설렘도 있었지만 8년 전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아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 위드 코로나에도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 친구는 안취했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이 신발을 거꾸로 신고 다닌지도 모른 채 돌아다니다 우리들에 의해 강제로 숙면 당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고기와 술이 빠질 수 없었다. 야외바비큐장에서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삼겹살에 소맥 한 잔은 더 이상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최고의 만찬이었다. 이 맛이 소문이라도 났는지 길냥이들이 따라붙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런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즐기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행복했다. 백신 덕분에 이렇게 모일 수 있는거 였지만 숙취에도 자유로운 건 아녔다. 한 녀석은 취한 나머지 신발을 거꾸로 신고 돌아다니다 우리들에 의해 강제로 숙면 당했다. 

◆ 함께라서 즐거웠다

광주까지 왔으니 5·18관련해서 무엇이든 보고 싶다며 전일빌딩을 관람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술 마신 다음날 국밥으로 해장하는 것. 뜨끈한 국물로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보다 더 좋았던 건, 그냥 함께한다는 그 자체였다. 전라도 여행이 처음이라 국밥도 새롭게 느껴져서 좋다는 사람들, 동네는 서울보다 투박하지만 정(情)이 느껴지는 국밥집 할머니의 인심. 특별한 관광이 아니어도 함께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올 한해 가장 많이 웃은 날들이 됐다고 했다. 출근할 땐 앞만 보고 걷기 바쁘고, 돌아올 땐 이미 어둑어둑하니까. 주말엔 밀린 잠을 몰아서 자야 하니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히겠지만 서로 챙기고 표현할 시간 정도는 갖자고 약속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으로 올해 연말은 북적북적한 모임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고마웠던 이들과 함께 연말을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사진은 1박 후 숙취에 찌든 이들 [사진=전경훈 기자] 2021.11.10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 군 복무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제4기동단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상처로 남아 평생 기억한다는 의미였다.

8년 만에 모일 수 있었던 건 우리 모두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덕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80%에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이것이 무적은 아니다.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모두 가해자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다 애꿎은 이들에게 '도끼'가 되지 않도록 생각해 봤으면 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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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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