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컬리 요소수 지원..."장기화 대비"
오아시스 "배송 문제 없어"
화물차 운행 포기하는 기사 생겨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배달용 디젤 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 품절 현상이 지속되면서 유통업계 사이에선 물류 대란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요소수는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요소수가 떨어지면 차량의 출력이 떨어지고 시동도 걸리지 않는다. 최근 중국의 요소수 원자재 수출 규제로 요소수가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다.
이커머스 업체와 대형마트 등에선 당분간 배송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송 현장에선 요소수를 구하지 못한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늘어나는 등 정부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요소수 대란에 SSG닷컴 등 이커머스 업체 '분주'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요소와 요소수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며, 매점매석 행위 적발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방침이다. 2021.11.08 mironj19@newspim.com |
이커머스 업체들이 요소수 품절 사태을 두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등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연말 대목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쯤 국내 요소수 물량이 바닥나 대형화물 트럭이 줄줄이 멈춰서는 등 물류 대란이 발생해 배송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각종 할인 행사를 기획했거나 진행 중인 이커머스 업체는 요소수 품절 현상의 불똥이 물류수단인 택배업계로 번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는 직접 고용한 배송 기사를 중심으로 사전에 비축해둔 요소수를 지급하면서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비상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쿠팡은 연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요소수 파동전에 비축한 물량이 있어 당분간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쿠팡 친구 등 로켓배송 기사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도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 배송'을 맡은 직고용 배송 기사들에게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요소수를 지급하고 있다.
다만 CJ대한통운이 배송을 맡은 대전·충청권과 지역 거점에 상품을 운송하는 화물차량은 제외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자사가 직접 담당하는 수도권 '샛별배송' 서비스를 우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라며 "여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아시스는 현재 팀프레시 등 3개의 운송사와 계약을 맺고 배송을 맡긴 상태다. 현재로선 배송 차질 등 문제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픈 마켓은 판매자가 직접 배송 방법을 찾아야 한다. SSG닷컴은 현재 신선 상품 배송 차량 가운데 10대 정도를 전기 트럭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나머지 상품은 CJ대한통운과 현대글로비스 등 10여곳에 대형 운송사와 위탁 계약을 맺은 상태다.
◆ 요소수發 물류마비 현재진행형..."화물차 운행 포기하는 업체 속출 할 것"
[부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디젤(경유) 엔진 차량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 요소수 제조업체에 물량 소진으로 요소수 판매가 무기한 중단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1.11.05 mironj19@newspim.com |
유통업계에선 요소수 품절 사태가 장기화되면 물류대란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류 배송에 쓰이는 차량 대다수가 6년 이하의 디젤 화물차이다. 2015년 국내 배기가스 배출 규제인 '유로6'이 적용된 이후 등록된 디젤차는 승용과 화물용 모두 SCR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바꾼 친환경 차량 대부분이 요소수가 필요한 디젤 차량인데 배달용 차량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정부 기조와 반대로 차를 바꾸지 않은 노후 차량은 요소수가 필요하지 않기에 문제도 피하고 정상 운행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친환경 차량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가 이번 사태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대형 화물트럭이 멈춰 설 경우 택배 물류 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간선 차량으로 불리는 대형 화물차가 지역에서 각 택배사의 거점 물류센터로 상품을 수송하는 단계가 멈추면 이후 사무실이나 가정 등으로 배송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형 화물차는 요소수 교체 주기도 길고 용량도 적지만 대형 화물차는 반대다. 강동헌 화물연대 본부 전략조직 국장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의 경우 10L짜리 요소수가 한 달에 30통 넘게 필요한다"며 "대형 화물차 기사들이 수십군 데를 다녀도 요소수를 구하지 못해 차를 세워놓고 있다"고 읍소했다.
그는 "정부차원에서 요소수를 마스크 처럼 공급량을 조율하거나 가격 상한대를 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화물차 운행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입 차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홈플러스 등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화물차 기사나 업체들과 개별 계약을 하는 지입계약을 맺고 배송을 맡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100% 지입차량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회사 자체적으로 요소수를 별도로 확보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 기사 개개인이 요소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요소수 품절 사태로 상품 운송이 가능한 차량이 줄어들면서 물류 비용도 증가하고 물량 수급도 불안해 질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고를 작게 짓는 등 재고 공간을 최소화 하는 흐름인데, 이런 방식으론 물류 속도를 따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