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포부 이재현, 11년 후 성장정체 반성...3년 비전 내세운 이유 핵심 인재 확보에 주력...성과 직원에 파격 대우 내걸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고성과 직원에 '파격적인 보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문화(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4대 성장엔진에 향후 3년간 10조 이상 투자해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인재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1년 만에 내놓은 이번 비전 선언에는 거창한 포부가 아닌 성장 정체국면에 들었다는 자기반성과 생존을 고민하는 절박한 심경이 담겼다. 장기 비전이 아닌 구체적인 중단기 계획을 수립했고 목표를 달성한 임직원에 대한 보상도 강조했다.
◆2010년 '세계 1등' 공언한 이재현, 11년 뒤엔 생존 고민
3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 2023년 중기비전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제 2 도약' 선언이 후 11년 만에 내놓은 비전이다. 2010년 당시에는 2020까지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최소 3개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강한 포부를 담은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했었다.
반면 이번에는 'C.P.W.S' 키워드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내놨다. 또 과감한 포부 보다는 성장 정체에 대한 자성의 뜻을 앞세웠다. 10~20년 단위의 장기 비전이 아닌 3년짜리 중단기 계획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빠른 변화로 인해 더 이상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최근 3~4년 사이 우리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정체의 터널에 갇혔다"며 "현실을 엄중히 인식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CJ의 대변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CJ 중기 비전 선포식에서 이재현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CJ |
CJ그룹은 해당 분야에 2023년까지 10조원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년간 2~4조 정도였던 연간 투자규모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다. 10조 중 4조 3000억원은 브랜드, 미래기술, 인재 등 무형자산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나머지 5조 7000억원은 인수합병(M&A)과 시설 설비 등 유형자산에 투입한다.
먼저 문화(Culture)분야에서는 '글로벌'에 방점을 찍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중심으로 만두·치킨·K소스 등 집중 육성한다.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어 K-콘텐츠 강화를 위한 장르별 특화 멀티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설립규모와 계획은 연내 가시화될 것으로 알려진다.
플랫폼(Platform)에서는 CJ 계열사인 CJ ENM과 CJ대한통운 등이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CJ만의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
웰니스(Wellness)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CJ제일제당에서 찾았다. 웰니스의 일환으로 차세대 치료제 중심 레드바이오를 확장한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며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지속가능한 신사업의 일환으로 CJ제일제당은 세계 최초로 제품화에 성공한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PHA) 전용 생산공장을 인도네시아에 연내 완공하고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대체·배양육 기술확보를 위한 글로벌 투자에도 나선다.
◆ '제 2의 나영석' 나올까...'파격 대우' 내세운 이재현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보상'을 강조한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 회장은 뭐든 하고 싶어하고 일을 만들어서 하는 '하고잡이'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는 핵심 인재 확보가 필수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인사조직은 나이, 연차, 직급을 가리지 않는 방향으로 혁신하고 거점오피스, 재택근무제를 보편화한다. '일 또는 주 단위의 최소 근무시간' 원칙만 지키면 요일별 근무시간을 직원 각자가 설계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인재"라며 "'하고잡이'들이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동안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11.03 romeok@newspim.com |
이 회장이 전체 임직원 대상으로 '다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파격 대우'를 제시한 만큼 실무 직원들 사이에서도 '제 2의 나영석'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직원들에 다양한 기회를 주고 결과를 공정히 평가, 성과에 대해서 파격적으로 보상하는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실제 나영석 CJ ENM PD의 경우 CJ그룹의 '파격 대우' 당사자로 유명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 PD는 올해 상반기 보수로 10억 8100만 원을 받았다. 콘텐츠 제작 성과와 기여도를 반영한 결과로 같은 기간 9억 원을 수령한 이 회장보다 높은 수준의 대우다.
CJ 관계자는"기존에는 특정 직군에 이런 방침이 적용됐다면 앞으로 일반 직원들도 좋은 아이디어로 성과를 내면 충분한 포상을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올해에도 성과를 낸 부서가 적지 않은 만큼 조만간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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