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층 오피스텔 건축' 놓고 여의도 입주민 vs 시행사 갈등 점화
"상업지역, 일조권 사선제한 규제 어려워"…영등포구청 '신중'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한 블록 차이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건 저희 아파트를 감옥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시행사에서 이처럼 주민들 생존권에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해 모두 분노하고 있어요. 저희는 절대로 건축허가가 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대우트럼프월드2차 주민)
시행사 화이트코리아가 여의도 현대오일뱅크 부지에 29층 오피스텔을 건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트럼프월드2차 입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29층 오피스텔을 세우면 아파트 화재시 진화가 어려워져 대형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파트 조망권 침해와 사생활 노출, 오염물질 배출 피해 위험도 있어 오피스텔 건축허가가 나는 것에 '결사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8-1번지 일대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사진=카카오맵 캡처] 2021.09.13 sungsoo@newspim.com |
◆ '29층 오피스텔 건축' 놓고 여의도 입주민 vs 시행사 갈등 점화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이트코리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48-1, 48-5번지 일대에 29층짜리 오피스텔을 개발하는 것을 놓고 주민들과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원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부지였다. 화이트코리아는 해당 토지, 주유소 건물 및 세차장을 작년 5월 20일 330억원에 매매했다. 이후 작년 6월 1일 무궁화신탁과 신탁계약을 맺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특정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귀속(이전)시키고 수탁자가 수익자를 위해 그 재산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상품이다. 즉 현재 이 땅의 수탁자는 무궁화신탁이다. 기존 임차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9월 말 철거했다.
반면 대우트럼프월드2차 입주민들은 땅에 29층 오피스텔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우트럼프월드2차 아파트는 최고 34층 높이의 건물 2개 동이 'ㄱ' 자 모양으로 서 있다. 화이트코리아 오피스텔은 아파트 건물 바로 옆에 들어선다.
대우트럼프월드2차 입주민들은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일조권·사생활 침해뿐 아니라 대형 화재, 건물붕괴, 지반균열 위험 등 각종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만약 불이 나면 오피스텔 29층이 아파트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서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고 화재진화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게다가 오피스텔에서 아파트 내부가 다 보이기 때문에 각종 성범죄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20년간 주유소가 있던 자리에 29층 건물을 세우면 샛강에 토양 오염, 지하수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주민들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 문제 때문에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서울시 의원을 만났고, 영등포구청장에게도 청원서를 제출했다"며 "영등포구청이 건축심의 과정에서 오피스텔 관련 총 15가지 위험 요소를 재검토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우트럼프월드2차 비대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화이트코리아 담당 직원과 처음으로 만났다. 주민들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다만 입주민들은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사람을 만나야 실질적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코리아 측에 양계호 회장 의견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 "상업지역, 일조권 사선제한 규제 어려워"…영등포구청 '신중'
이 땅은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도 묶여있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해당 지역을 체계적·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하는 상위 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용도지역 변경이 일부 허용되기도 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은 여의도동 27번지 일대(약 1.3㎢) 포함 동여의도 전 지역을 다룬다. 국제금융허브로서 여의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지구단위계획 관련 용역 보고서는 내년 3월에야 나올 예정이다. 향후 주민 공람공고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HMG와 엠디엠, 신영 등 다른 시행사들이 여의도에 사들인 땅 또는 건물 모두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돼있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먼저 건축을 해버리면 향후 수립된 지구단위계획과 맞지 않아 건물을 부숴야 할 위험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여의도 일대에 통으로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있다"며 "(시행사들의)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구단위계획이 완성된 다음 개발해야 향후 인허가 관련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영등포구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대우트럼프월드2차 아파트 주민들이 오피스텔 때문에 조망권 침해를 받겠지만, 땅의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이라서 일조권 사선제한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건축허가를 심사하고 있지만 언제쯤 허가를 내줄지는 미정"이라며 "화이트코리아와 대우트럼프월드2차 입주민 간 의견조율 상황을 우선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