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수익 높은 회사는 주가도 양호할 것"
대부분 증권사 올해 사상 최대 이익 예상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최근 2년간 리테일, 기업금융(IB)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쏟아냈던 증권사들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9조원을 넘어서면서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부터는 증권사들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지만, 올해에는 통 큰 배당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주춤하던 증권주도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22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59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9조4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4조257억원 대비 38.8% 급증했다. 국내 10대 증권사로 좁혀보면 12조46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4805억원과 비교해 31.9%(3조9803억원) 증가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순이익금 중 임원의 상여금이나 주식배당 등의 형태로 처분되지 않은 이익잉여금을 말한다.
22일 오후 증권주 주가 현황 [캡쳐=네이버 금융] |
올 하반기에는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으나, 상반기까지 증시 호황을 누렸던 만큼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적잖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의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6조5996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4조4078억원보다 49.7% 늘어난 수치다.
이에 증권사들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역대급 배당을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최근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배당 성향이 높아진 것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는 상승 흐름을 보였던 증권주가 최근 주춤하고 있음에도 고배당이 예상되는 증권사는 주가가 연초 대비 두자릿수나 뛰었다. 대표적으로 삼성증권(18.4%)과 NH투자증권(14.2%), 한국금융지주(9.2%) 주가가 연초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들 3개 증권사의 올해 예상 배당 수익률은 각각 8.6%, 8.5%, 5.5%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유안타증권이 집계한 업종별 배당수익률을 살펴보더라도 은행의 배당수익률이 5.1%로 가장 높았고 증권이 4.2%로 그 뒤를 이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은 배당 관심이 늘어나는 구간인 점, 브로커리지 지표 정체를 비롯해서 시장 금리 상승 영향이 일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4분기는 방어적인 관점에서 배당 수익률이 높은 회사들의 주가가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조695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840억원 대비 23.4% 증가한 수준이다. 키움증권 역시 2조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급증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1조8293억원, 하나금융투자 1조4841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1조2507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339억원) 삼성증권(5405억원), NH투자증권(4948억원), KB증권(3704억원), 대신증권(3685억원)도 적잖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쌓아둔 상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주가 상승 동력은 다소 부족한 상태지만 배당주로서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 등 곳간을 충분히 쌓아놓은 상황에서 올해 실적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증권업은 은행, 보험업보다 배당 매력이 낮은 편이었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IB실적 개선 등으로 대부분 증권사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이 예상되는 반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주가는 부진해 고배당 기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