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이중국적…구 국적법 따라 국적 포기했다 34세에 회복 신청
법무부, 신청 거절 → 법원 "병역기피 의도 없어 보여…허가 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만 17세에 한 차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34세에 국적 회복 신청을 했으나 병역 기피를 이유로 거절된 남성의 신청을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35) 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국적 회복 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난 A씨는 출생 당시 대한민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모두 보유했다. 이후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22세가 되기 이전 국적 이탈을 하도록 정한 구 국적법에 따라 17세가 되던 해인 2003년 대한민국 국적 이탈을 신고했고, 그대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지난해 "한국 국적인 부모님과 한국에 살면서 경제 활동 및 학업을 계속하겠다"며 국적 회복을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병역 기피 목적이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법원의 판단은 법무부와 달랐다.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하게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이탈 신고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A씨는 미국에서 거주하다 1996년 귀국해 국내에서 중학교를 졸업했고, 이후 미국 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응을 하지 못해 2009년 다시 귀국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국내에 머물렀다.
재판부는 "22세 이전에 대한민국 국적 이탈 신고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병역 기피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A씨가 국적을 이탈할 무렵에는 미국에서 향후 거주할 의사가 있었을 여지가 상당하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주로 생활하면서 국적회복 신청을 하게 됐으나 이는 국적 이탈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위중한 정신질환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무부는 A씨가 병역법상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가 되기 직전 국적을 상실했고 2009년부터 생활근거지를 대한민국에 두고 있었음에도 34세에 달해 회복 신청을 한 것은 병역 기피할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하지만, A씨는 국적회복 당시 진술서에 병역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신속히 절차가 진행되면 현역병 복무가 불가능했다고 보이지 않고 병세가 위중했던 시기에 병역검사를 받았다면 면제를 받을 수 있었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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