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종전선언 좋은 발상...선결조건부터 마련"
전문가 "北 요구 여전...정부에 제재완화 노력 주문"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북한이 하루에만 두 건의 담화문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반응을 보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좋은 발상"이라며 긍정적인 답도 꺼냈다. 다만 북한은 이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정책과 이중기준에 대한 철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미 연합군사 훈련 연기를 요청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사진=뉴스핌DB] |
◆ 김여정 "종전선언은 좋은 발상...선결조건부터 마련해야"
김 부부장은 24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 "지금 때가 적절한지, 모든 조건이 논의를 하는 데 만족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정부를 향해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행사들은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 드는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돼야 서로 마주앉아 의의있는 종전도 선언할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이에 앞서 오전에 담화문을 발표하고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 부상은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북과 남을 끝이 없는 군비경쟁에 몰아넣는 참혹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부상과 김 부부장의 담화는 각각 미국과 우리 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리 부상은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김 부부장은 우리 정부의 이중잣대와 종전선언을 연결시켜 이야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19.09.25 photo@newspim.com |
◆ 전문가 "北 태도에는 변함 없어...우리 정부 역할 주문한 것"
김 부부장이 담화의 톤을 조절하긴 했지만 결국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북한의 요구사항에는 변한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아울러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나가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이 비교적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북한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면서 "결국 대북제재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건부 제안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센터장은 "관계 회복을 논의하겠다는 말이 언급되긴 했지만 남한 정부가 적대적이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면서 "결국은 북한이 주장해온 한미동맹 파기를 다른 말로 재차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한미동맹을 동일시하고 있다. 결국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선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대북적대시 정책 완화를 위해 한국이 노력을 하라는 주문을 달았다"면서 "북미대화 전제조건으로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서 노력을 하라는 숙제를 던져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결국 선결조건이 있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대화를 북한이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 의도를 분석 중에 있다. 통일부는 이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내용에 대해 신중히 분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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