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6·25 전쟁 당시 중공군을 미화하는 내용의 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중국명 금강천, 金刚川)의 한국 상영이 결정되면서 한국과 중국 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상영을 불허하거나 등급 보류 등의 조치는 위헌이라는 입장을 냈다.
8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1953 금성 대전투'라는 중국 영화가 지난달 30일 심의를 거쳐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중국배우 오경·장역 등이 주연을 맡고, 한화 약 1000억원을 들여 만든 영화로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 개봉했다.
한국 포털사이트에는 이 영화를 '6·25 전쟁 끝 무렵인 1953년 여름, 40만 명이 넘는 미군과 중공군이 금강산 금성 돌출부를 두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한다'고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연기됐고 수입사인 위즈덤필름 측은 극장 개봉용이 아닌 VOD 판매용으로 이 영화를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1953 금성 대전투' 스틸 이미지 |
하지만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중국 인민지원군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라고 설명돼 있다. 심지어 "'한국군 사단의 피'로 물들인 인민군 최후의 전투"라고 중공군의 활약을 미화하는 포스터도 있다.
영화에서 다룬 '금성전투'는 6·25전쟁 중 최후의 대규모 전투다. 3년여의 전쟁 끝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던 1953년 7월 옛 금성군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김화 일대에서 북한을 돕던 중공군이 공세를 펴면서 벌어졌다. 이 전투로 국군은 후방으로 약 4km 밀렸으며, 한국 땅이 될 수 있었던 영토 193㎢를 잃었다. 국군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사자 1701명, 부상자 7548명, 국군 포로 혹은 실종자 4136명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즉각 반발 의견이 나왔다. 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영화 개봉 결정을 두고 "문재인 정권의 대중 굴종 외교가 이젠 6·25전쟁까지 미쳤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철저하게 중국 입장에서 만들어진 영화이자, 북한의 침략을 미화하는 이런 황당무계한 영화를 허가하다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대중국 굴욕외교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영등위가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침략을 미화한 중국 영화 1953 금성 대전투에 관람 등급을 부여한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북진 야욕에 불타는 한국군? 이게 정상이냐"며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다고 소개된 그 영화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영화 상영과 등급 분류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등급분류에 관해 반발이 이어지자 "영상물의 등급분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0조에 따라 이루어진다"면서 "'상영허가(영상물 사전 심의제로 사료)' 및 '수입허가'는 각각 1996년, 2005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이미 폐지됐으며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제도 또한 2001년 위헌결정으로 폐지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영등위는 또 "현행 영상물 등급분류 제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영상의 소재 또는 내용 등을 이유로 해당 영상물의 등급분류를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돼 현행 법률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행 법률로는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관람가' 등 총 5개 등급으로만 분류가 가능하다. 영등위는 이에 따라 "비디오물로 등급 분류 신청된 '1953 금성대전투'에 대해 관련 제도와 규정에 따라 '15세이상관람가' 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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