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대행 업체 이용약관, 표준약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
[서울=뉴스핌] 신수용 인턴기자 = #30대 남성 A씨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패드 한 대를 지난 2019년 12월 주문하면서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해외에서 배송되는 상품을 안전하게 국내로 배달받기 위해서다. 며칠이 지나도 제품이 오지 않았지만 대행업체는 "쇼핑몰이 제품을 주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뗐다. 쇼핑몰은 구체적인 배송 사진까지 제시하며 "정상 배송했다"고 선을 그었다. A씨는 대행업체에 "물건을 분실한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른바 '직구'가 늘면서 배송 대행서비스를 사용했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2018년부터 3년간 쌓인 배송대행 서비스 이용자 상담 사례 1938건을 분석해 그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물건이 제때 도착하지 않거나 배송 중 분실·파손된 '배송 관련 불만' 상담이 892건(46.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 불만'(331건·17.2%)와 계약불이행(209건·10.8%)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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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 상담 이유별 현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2021.09.08 aaa22@newspim.com |
'배송 관련 불만'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물품이 아예 오지 않거나 제때 도착하지 않은 사례가 526건(27.3%)으로 가장 많았다. 상품이 파손됐거나(241건·12.5%)과 물품이 잘못 배달되는 사례(125건·6.5%)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관련 불만 사례가 452건(29%)으로 가장 많이 접수됐다. 이어 IT·가전제품(320건·20.5%)과 취미용품(182건·11.6%) 순이었다.
이렇게 피해가 속출하지만 배송대행 업체의 이용약관이 표준약관보다 이용자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배송대행 계약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신청'하는 순간 성립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같은 계약이 요금의 결제일 또는 물품이 입고되는 순간 성립된다고 봤다. 소비자원은 이 같은 이용약관이 "사업자의 책임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이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 중 불만 접수가 가장 많은 5곳(뉴욕걸즈·몰테일·아이포터·오마이집·지니집)을 대상으로 '사업자별 거래 및 분쟁 관련 약관'을 조사한 결과다.
일례로 5곳 모두 사전 동의 없이 운송물을 재포장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약관은 운송물 재포장 시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원은 운송품의 수령이나 반품 등 주요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주요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이용약관을 개선하고 손해 배상 범위 등 주요 정보를 제공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