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상쇄제도 올해부터 적용…2019년 기준 미달 예상
국제선 회복시 배출권 구매 불가피…대한항공 대응 '속도'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이 탄소중립 항공유를 도입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시동을 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에 맞춰 친환경 항공유 도입 확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한항공, ICAO 의무 앞서 선제 대응…2019년 수준 넘는 항공사 없을 듯
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SK에너지로부터 탄소중립 항공유를 도입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항공유란 원유 추출부터 정제, 이송 등 항공유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만큼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배출량을 '0'으로 만든 한공유다. 우선 제주와 청주 출발 국내선 항공편을 대상으로 1개월 분량의 탄소중립 항공유를 구매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탄소배출 저감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당장 탄소 배출 감축 부담은 없다 올해부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관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적용, 배출 상한 의무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시범운영 기간인 올해부터 참여를 결정한 만큼 항공사별로 배출 상한 의무가 부여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할당량이 기준이어서 배출권 구매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75만6188의 탄소배출권(KAU)이 할당됐지만 실제 배출량은 59만3091KAU였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90% 이상 중단된 지난해는 이에 훨씬 못미쳤다.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일 전망이다.
다만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받아 연간 배출량 보고서와 검증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준량을 초과하는 항공사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업계는 적어도 2024년 이후에야 2019년 수준의 국제선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항공사들의 부담은 거의 없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2019년과 2020년의 탄소배출 수준을 평균해서 올해 감축량을 정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를 그대로 적용하면 당장 항공사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 감안돼 2019년이 기준으로 정해졌다"며 "2024년부터 ICAO에서 새로운 기준이 정해지면 배출량 의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
◆ 항공기 탄소배출 버스·기차의 4~20배…2024년 업황 회복부터 부담 예상
다만 항공사들은 국제선이 정상화하는 수 년 내 탄소배출 감축 의무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준에서 배출권 상한을 초과하는 항공사는 없지만 국제선이 재개하면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탄소 감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구매한 탄소중립 항공유나 차세대 항공유로 지목되는 바이오 항공유는 일반 항공유보다 2~3배 가량 비싸다. 항공업황이 좋을 경우 일부 비용 부담을 감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생존의 기로에 있는 항공사들이 탄소 줄이기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항공사에 대한 탄소 저감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 운항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2%를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비행기 승객 1명당 1km을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285g을 배출하는데, 이는 버스의 4배, 기차의 20배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친환경 운항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바이오 연료를 혼합한 항공유를 사용한 바 있다. 바이오 연료는 곡물, 식물, 해조류, 임축산 폐기물, 동물성 기름 등에서 뽑아낸 성분을 합성·가공해 만든다.
다만 기존 항공유와 바이요 연료 비율이 각각 95% 5% 수준이어서 감축 수준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연료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 상용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감축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2위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최근 ESG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이사회 내 ESG 위원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단축 항로 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CAO의 탄소중립제도나 ESG 경영 흐름과 맞물려 항공업계의 탄소 중립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공업황이 회복되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 활동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