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청 "한사람이 5건 이상 신고하면 처리 힘들어"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청탁을 받고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부당하게 면제해 준 광주 서구청이 주민 신고에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광주 서구청은 행정안전부가 시행하는 '안전 신문고' 앱을 통해 소화전 주변 5m 이내 불법 주·정차 신고를 받고도 보복성 신고라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일일 5건 이상 신고는 보복성 신고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에 행정안전부와 소방당국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소화전 주변 5m 이내 불법 주·정차 중인 차량. 빨간 선으로 표시된 구간 내 정차시 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1.06.21 kh10890@newspim.com |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에 주민신고제 건 수를 제한하라고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어서 안전신문고 도입 취지에 맞게 일일 신고 제한을 두면 안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제한을 두면 6번째 신고 대상부터는 운이 좋아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과태료 부과 기준에 자유로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원활한 소방용수 확보는 신속한 화재진압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며 "긴급상황 시 소화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는 주·정차를 금지해야 하는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면 위급상황 시 제 역할을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구는 과태료 부과에도 뚜렷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핌이 최근 일일 6건의 불법 주·정차를 신고를 한 결과 접수 순서와 상관 없이 구청 담당자 임의대로 부과했다. 6번째로 신고한 불법 주·정차 차량은 과태료 대상이었지만 5번째 순서에 해당하는 차량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면제됐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안전신문고 앱으로 신고한 불법 주·정차 차량. 해당 차량은 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광주 서구청이 일일 신고 제한 5건으로 규정한 탓에 과태료 대상에서 면제 됐다. 2021.09.06 kh10890@newspim.com |
이 같은 지적에도 서구는 지난해 행정예고를 통해 일일 5건으로 제한한다는 공고를 올렸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행정예고를 통해 5건으로 제한한 것은 신고자가 나쁜 마음을 먹고 많이 신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며 "여러 건을 신고하면 처리가 힘들어서 5건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구시민 박병철(36) 씨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운이 좋으면 과태료를 안낼 수도 있다"며 "과태료 부과 기준도 신고 순서와 상관 없다면 구청 직원들이 또 신고 대상에 올랐을 때 임의대로 과태료를 부과 안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앞서 서구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청탁을 받고 적정한 사유 없이 주정차 과태료를 면제해 줘 논란을 빚었다.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전·현직 공직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청탁까지 포함해 4169건의 부적절한 과태료 면제 사례를 적발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청탁을 주고받은 공무원 5명과 공무직 12명 등 17명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kh108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