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한성미술제작소' 제작...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로 관람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대한제국시절 황실이 제례용 등으로 사용했던 은제 그릇인 '은제이화문합'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될 예정이다. 은제이화문합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언제나 관람할 수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공예박물관은 대한제국 황실 의례용 공예품 '은제이화문합'(銀製李花紋盒)에 대해 문화재청에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마쳤다.
문화재청은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은으로 만든 뚜껑이 있는 발(鉢)인 '은제이화문합'은 대한제국 황실 전용 공예품 전문 제작기관으로 설립된 '한성미술품제작소'(1908~1913)에서 만든 의례용 공예품이다. 높이 12.4cm, 지름 18.2cm로 1908~191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상용 그릇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의 행사나 의례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됐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은제이화문합 [사진=서울공예박물관] 2021.09.06 donglee@newspim.com |
은제이화문합은 뚜껑 중앙에 연꽃봉오리 모양의 꼭지가 달려있고 꼭지를 중심으로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오얏꽃(이화문장)이 화려하게 양각돼 있다. 뚜껑 측면에는 '만수무강(萬壽無疆)'이 고전적인 전서체로 도금돼 장식되어 있다. 문자와 문자 사이에는 도교 사상을 담은 칠보문양이 새겨져 있다. 동체에는 글자 '길상여의(吉祥如意)'를 전서체로 넣었다.
특히 오늘날 그릇 제작에도 사용하는 프레스(Press) 기법을 도입한 최초 사례로 주목된다. 프레스 기법은 공예품의 형틀을 만든 뒤 강한 압력으로 금속판을 눌러 형태를 만들었다. 이 기법으로 바닥면에 '한성미술(漢城美術)'이라는 상표가 새겨져 있다.
서울시는 ▲조선왕실 의례용 공예품의 의장(意匠)을 계승했다는 점 ▲당시 해외 신기술인 프레스(Press) 기법을 도입해 만든 최초의 사례라는 점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문장인 이화문 장식으로 공예가 맥을 계속 이어나갔음을 보여주는 문화재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국 황실에서 운영한 '한성미술품제작소'는 일제강점기가 공고해짐에 따라 '이왕직미술품제작소', '조선미술품제작소' 등으로 점차 민영화된다. 이왕직미술품제작소는 한성미술품제작소가 내홍을 겪으면서 새로 개편된 공예제작 공장으로 1922년까지 운영됐다.
'은제이화문합'은 종로구 율곡로 서울공예박물관에 소장 중인 문화재로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중 '대한제국의 공예'(전시1동 2층)를 통해 시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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