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사내이사, 비행 도중 추락사고…법원 "형식적 대표자에 불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개인 비행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연습 중 추락사한 패러글라이딩 업체 사내이사도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동서지간이었던 B씨가 운영하던 패러글라이딩 업체에 2018년 6월 사내이사로 취임하게 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사업자등록상 대표자 역시 B씨에서 A씨로 변경되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당시 A씨와 체결한 전문경영인 근로계약서에는 회사 운영과 마케팅, 2인승 체험비행 자격 취득을 위한 비행 연습이라는 업무 내용과 매주 3~4일 근무에 월급이 200만원이라는 점, 산재보험·국민연급·건강보험을 가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A씨는 4개월여 후 1인용 패러글라이딩 비행 도중 추락사고로 인해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A씨가 업체 대표로서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와 당시 A씨가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 비행 자격증 취득을 위한 비행 도중 사망했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살펴본 법원은 이같은 공단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들을 살펴보면 A씨는 이 사건 회사의 형식적·명목적인 대표자로서 실제로는 사업주인 B씨에게 고용되어 그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온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회사의 주된 업무는 체험비행 및 교육 등으로서 대부분 B씨나 2인승 체험비행 자격증을 보유한 강사들이 담당했고, 망인은 주로 마케팅·광고 등 부수적인 업무 및 B씨가 부재중일 때 회사 실무를 일차적으로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며 "회사 운영과 관련해 비교적 고액의 비용이 지출되는 경우나 인력을 고용하는 등 업무에 관해서는 망인이 B씨에게 보고해 B씨가 의사결정을 했던 것으로 보인 바, 주된 업무 집행권 및 대표권은 여전히 B씨에게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업무 내용에 '2인승 체험비행 자격 취득을 위한 비행 연습'이 명시 돼 있는 점, 망인이 자격증 취득을 위해 평소 시간 날 때마다 비행시간을 확보했으며 사고 당시에도 개인 GPS를 소지한 채 비행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A씨는 근로계약상 업무에 해당하는 개인 비행자격증 취득을 위해 비행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적인 취미활동으로서 비행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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