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보방안 필요성
금감원, 외려 내부통제기준 강화할지도
금융위와 논의 후 항소 포기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DLF 1심에서 패소한 금융감독원이 항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의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지만, 법원이 판결문에서 금융당국의 제재 정당성을 인정해주고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내부에서는 DLF 1심 패소와 관련해 항소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주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금감원 법무실, 일반은행검사국, 제재심의국 등은 판결문 분석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원은 내부통제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손 회장이 내부통제 기준 작성 업무에 대해 감독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는 내부통제 준수의무 위반으로 제재한 것이 아니라 마련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한 것"이라며 항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법원은 지난달 27일 "내부통제 준수 의무 위반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금감원이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취소 판결했다.
다만 판결문을 들여다보면, 법원은 대표이사가 내부 통제 기준 운영자의 직속 감독자가 아니므로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손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감원의 금융사 CEO 중징계 조치 권한도 인정했다.
판결문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4조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할 법적 주체는 금융회사이지만, 실제로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는 금융회사에 소속된 대표이사, 이사 등 기관에 해당하는 자연인이므로, '금융회사가 제24조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 그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관련된 의무를 지는 임직원에 대해 위 각 규정에 따른 제재처분의 조치사유가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이 항소를 포기할 경우 패소를 인정하는 것으로, 그간 금융사에 부과한 제재 조치를 번복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손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도 다시 열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선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와 논의 후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항소하더라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융사의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준수해야 하는 명시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아 1심 판결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 여부를 떠나서 금융당국이 이번 재판 결과를 계기로 내부통제 준수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내부통제 미비로 인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뿐 아니라, 수익다변화요구에 부응해 은행이 수행하는 사업범위와 유형이 확대돼온 상황도 은행에서의 효과적인 내부통제의 구축과 실효성 확보방안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금감원의 제재 방향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는 당초 예정됐던 이달 첫째 주보다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행정소송과 하나은행 제재안 쟁점에서 중복되는 사안이 많은 만큼, 우리은행 판결문 분석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