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이구동성·미니폴' 재출시 요청 200건...출시는 미정
[서울=뉴스핌] 신수용 인턴기자 = 단종된 오리온 과자를 두고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오리온의 '과자값 동결'에 "돈쭐 내주자" "갓리온" 이라며 환호하는 가운데 "아들이 좋아했던 과자를 재출시 해달라"는 노모의 손편지도 소셜미디어(SNS)상에 등장했다. 오리온에선 노모에게 "재출시를 못 해서 죄송하다"는 자필 편지와 여러 종류의 제품이 담긴 과자 박스를 보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반나절 만에 1981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28일 오리온에 따르면 공식 홈페이지·SNS·고객센터 등으로 '이구동성'과 '미니폴' 재출시 요청이 올해 상반기에 각각 100여 건씩 접수됐다. 단종된 과자에 얽힌 사연이 담긴 손편지나 직접 그린 그림을 오리온 본사로 보내는 소비자도 여럿이다. 입덧이 심한 아내를 위한 선물로 주고싶다며 편지를 보낸 남편도 있었다. 단종된 과자에 있던 스티커와 제품 포장지를 모아 보낸 수집가도 있었다.
[사진=뉴스핌] 인스타그램 캡쳐. |
이외에도 '에그몽'과 '깨비볼' 등 다른 단종 제품도 다시 만들어 달라는 다수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초등학생 때 동생들 몰래 숨어서 깨비볼을 먹었다"며 "이제는 백 개도 살 수 있으니 재출시 해달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에그몽' 제품에 들어있던 마티즈 모형 등 다양한 장난감들은 중고 사이트에서 희귀 아이템으로 종종 올라온다.오리온은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손편지 답장과 과자 선물세트로 화답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특별한 사연을 편지나 그림 등으로 보내는 소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단종 상품 출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팬슈머(팬과 소비자의 합성어)'들의 요청이 쇄도한 일부 상품은 재출시됐다. 지난 3월 '와클'이 단종 15년 만에 마트와 편의점에서 다시 판매됐다. '와클'은 출시 5주 만에 누적 판매량 180만개를 돌파했다. 맘카페에 올라온 게시판엔 "추억의 과자라서 출시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주문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하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와클'을 파는 백화점 식품 코너와 잡화점 위치나 온라인 판매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는 댓글이었다. 아기 엄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네이버 블로그에 "과자를 뜯자마자 마음이 설렜다"며 "과자로 추억 여행을 다녀온 하루였다"고 글을 올렸다.
이 밖에도 오리온은 ▲치킨팝 ▲태양의맛 썬 ▲배배 등을 다시 선보였다. '치킨팝'은 단종 이후 소비자들의 200여 건이 넘는 출시 요청으로 2019년 2월 재출시됐다. '혼술' 안주로 인기를 끌며 2020년엔 '치즈 뿌린 치킨팝'이 새로 출시됐다. '치킨팝 일기'를 쓴 이도 있다. 그는 "웬일로 아이가 일찍 잠들었다"며 "치킨 대신 이거라도"라며 '치킨팝'을 표현한 일러스트와 동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태양의 맛 썬'도 2018년 4월 재출시됐다. 오리온은 이 제품이 재출시한 지 3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1억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주부 최 씨(57)는 "아가씨 때 또래들과 여행갈 적에 썬칩(태양의맛썬)을 많이 먹었다"며 "옛날에 아이들이 많았을 때 쟁반에 과자를 풀어놓으면 조용해졌다"고 회고했다. 회사원 신 씨(28)는 "어린시절 현장학습을 가면 꼭 썬칩을 가져갔다"며 "다시 사먹으니 그때 기억이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치킨팝'과 '태양의맛 썬'은 2016년 경기 이천에 있는 공장 화재로 생산 설비가 소실되면서 단종됐다.
'배배'는 90년대 인기를 끌다가 2012년 생산이 종료됐다. 단종 7년만인 2019년에 새 이름으로 가판대에 나온 '배배'의 원래 이름은 '베베'다. 한 네티즌은 "엄마한테 용돈 받아 사 먹었는데 이제는 맥주 안주"라며 자신의 '최애 과자'라고 했다.
한편 수입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요 제과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과는 달리 오리온은 '가격 동결 정책'을 고수했다. 대신 포장과 광고 등 다른 부문의 비용을 삭감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과자의 가격을 7~10% 올렸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