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3개월 만에 유서 발견…"엄마 아빠 아파할까봐 얘기 못해"
[충북=뉴스핌] 백운학 기자 =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얘기 못했어요. 그날만 생각하면 심장이 막 두근거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여중생이 남긴 유서가 3개월만에 유족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A양 유족은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피의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여중생 유서.[사진 = 유족] 2021.08.22 baek3413@newspim.com |
편지지 4장에 꾹꾹 눌러쓴 유서에는 피의자의 처벌과 가족 그리고 친구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가득했다.
유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우리가족들 너무 고마워)란 말로 시작됐다.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되지?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려..."라고 심경을 밝혔다.
피해 여중생은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엄마, 아빠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동안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어. 하지만 너무 아파. 솔직하게 다 털어주면 좋았을 텐데..."라고 썼다.
그러면서"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얘기 못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엄마, 아빠 진짜 사랑한다. 나에게 하나뿐인 소중한 엄마, 아빠여서 고마웠다.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고 적었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여중생 추모행사에 놓인 국화꽃.[사진 = 독자] 2021.08.22 baek3413@newspim.com |
피해 여중생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얘들아 너희가 너무 그리워 곁에 있을 때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 걸…. 너희의 소중함을 이제야 느낀다. 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했다.
피해 여중생은 유서를 끝맺을 때까지도 성범죄가 남긴 고통을 호소했다.
유서 말미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요. 너무 아팠어"라고 적었다.
유서는 최근 유족이 피해 여중생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피해 여중생은 지난 1월17일 친한 친구의 계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
친구에게 홀로 밤을 보내야 한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집으로 놀러갔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 추모제 현무막 [사진 = 독자]2021.08.22 baek3413@newspim.com |
유족 측은 "아동·청소년 성폭행은 그 자체가 평상의 삶을 죽이는 살인"이라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철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5월12일 오후 5시쯤 청주시 오창읍 창리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계부였다.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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