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혐의 부인, 나머지 혐의는 인정
변호인들, 심리검사·지능검사·양형검사 신청
고교 동창 2개월에 걸쳐 고문…사망 당시 몸무게 34㎏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감금하고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들이 첫 재판에서 "보복 목적의 살인이 아니었다"며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공동강요, 공동상해, 공동공갈, 영리약취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0) 씨와 안모(30) 씨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보복 목적의 살인이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이 폐렴과 영양실조라고 한다"며 "직접적인 외상이 문제가 아니기에 가혹행위나 사망관계가 없다"고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피해자가 식사를 어려워하자 죽을 만들어주고, 미숫가루 등을 제공했다"며 "피해자 사망 무렵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112에 신고한 점을 볼 때 보복살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하고 나머지는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안씨 측 변호인도 "보복 목적이 없었고, 감금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보복 목적 살인죄와 특가법상 보복 범죄의 가중 처벌 부분은 부인한다"면서 "나머지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변호인들은 또 피고인들의 판단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심리검사와 지능검사, 양형조사를 재판부에 신청했다. 양형조사란 피고인의 가정환경과 전과, 범행 경위, 합의 여부 등 형량을 따질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조사하는 절차를 말한다.
안씨 측 변호인은 "평범하게 자랐던 피고인이 특수한 상황에서 큰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여러 정황이나 상황을 조사해달라"며 "전문적인 심리 판단을 조사해서 양형에 참작하고자 한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수용해 양형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연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김씨와 안씨는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는 "휴학생", "학교를 다니다가 말았다"고 답했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또 다른 동창생 차모(21) 씨 측은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와 안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동창생인 박모(20) 씨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폭행과 고문을 가해 폐렴,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당시 나체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으며, 34㎏의 심각한 저체중에 결박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박씨가 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씨가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박씨를 협박해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총 4차례에 걸쳐 물류센터 등에서 일할 것을 강요했다.
이에 박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지난 3월 대구에 있던 박씨를 납치해 서울로 데려온 뒤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경찰에 허위로 고소를 취소했다. 또 오피스텔에서 함께 생활하며 폭행과 상해를 일삼고 휴대전화 소액결제, 일용직 노동 강요로 578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케이블타이로 신체를 결박하고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안씨는 박씨가 건강 악화로 쓰러지자 화장실에 가두고 알몸에 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괴롭힘에 박씨는 폐렴과 영양실조로 숨졌다. 경찰은 지난 6월 13일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박씨를 발견하고 김씨와 안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 등의 다음 공판기일은 9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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