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의심으로 조직검사 도중 전체 폐의 1/5 절제
법원 "업무상과실치상 인정"…11억여원 배상 판결도 확정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조직검사 도중 환자의 명확한 동의 없이 폐 일부를 절제한 의사가 민사배상 판결에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흉부외과 전문의 A(67) 씨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인 A씨는 2016년 6월 같은 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로부터 폐결핵 의심 병변이 있는 환자 B(당시 45세) 씨에 대한 폐 조직검사 의뢰를 받았다.
해당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폐결핵을 앓았던 전력이 있는 환자 B씨는 같은 해 4월 처음 병원에 내원해 폐렴 소견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복용했으나 염증이 나아지지 않았고, 당시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B씨의 폐결핵 재발을 의심하고 정확한 원인 확인을 위해 A씨에게 협진의뢰를 했던 것이다.
이에 A씨는 2016년 6월 27일 B씨와 개흉 없이 흉강경을 삽입하는 쐐기절제술 방식의 조직검사를 상의했고 이튿날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 일부를 절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절제한 부위에 염증이 있어 다시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우상엽 전체, 즉 전체 폐의 1/5을 제거했다. 검찰은 폐절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환자 동의도 없이 육안으로만 판단해 수술을 했다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B씨에게 추가 절제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대해 B씨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긴급하게 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이를 시행했다"며 "피해자에게 폐 우상엽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상해를 입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기록을 감정한 타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는 '단순 진단을 위해 폐엽을 절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쐐기절제술로 채취한 조직의 최종 조직검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30년 경력의 흉부외과 전문의인 피고인 스스로도 폐 조직검사 단계에서 폐엽절제술까지 나아간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고 진술할 만큼 피해자에 대한 폐엽절제술 시행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일차적으로 쐐기절제술로 조직을 채취한 상태에서 최종적인 병리검사를 확인하고 환자인 피해자와 상의한 이후에 진료행위 방향을 결정할 수 없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단순히 병명 진단을 위해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다"며 "당시 피고인에게는 업무상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이미 B씨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 피소돼 11억여원을 병원과 함께 배상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받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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