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건부 양보'로 북한 대화 이끌어야"
"북한 고슴도치 전략...해제할 때까지 인내"
[서울=뉴스핌] 신호영 인턴기자 =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간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조건부 양보와 대북 인도지원, 제2의 전략적 인내'를 제시했다.
13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1994년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를 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현재 미국과 북한의 교착상태 해법으로 미국의 '조건부 양보'를 제안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현 시점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압박을 줄이고 지난 하노이회담에서 언급된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같은 실질적인 움직임을 제안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대북정책은 '봉쇄 정책'이라며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군사적으로는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인책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유인책이 너무 관대해서는 안된다. 한국과 미국 내 정치적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거리에 김일성(왼쪽)과 김정일의 초상이 보이고 있다. 2018.09.18 |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제관계국장도 제재 해제 제안을 통한 문제 해법에 동의했다.
고스 국장은 "북한이 현재 신경 쓰는 것은 제재 완화뿐"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사실상 교착 상태는 막다른 길에 다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인도주의적 지원 가능 여부를 검토하면서 북한의 반응을 살펴야한다며, 만약 북한이 절박한 상황이라면 비공식 경로를 통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 보장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교착상태 해법은 북한 손에...美 전문가 "공은 북한에 있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미북 대화의 돌파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제재 완화는 자신이 관여했던 클린턴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의 한 요소였다며, 부시 행정부 때도 대북제재가 완화된 사실을 지적하고 "그 결과는 어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미국의 대북 정책 목록에는 제재 완화·해제가 늘 포함돼 있었다"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 작동하지 않았던 제재 완화 카드가 사실상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된 현 시점에서 어떻게 작동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표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제 하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다"며 사실상 '전략적 인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한국과 동맹 결속으로 군사력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 관심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이 계속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 외에는 방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공은 북한에 있다"며 결국 북한이 선택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닝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6개월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며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를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모두가 예상한 미사일 발사 실험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며 "북한은 일종의 완강한 고슴도치의 모습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피력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에선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를 물어야 한다"면서 "미국보단 북한이 잃을 게 더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고스 국장은 교착상태가 길어지게 되면 "북한은 중국 쪽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워져 패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hinhor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