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내 매체서 연락선 복원 관련 보도 없어
"혼란 우려해 함구...상황 지켜보겠다는 뜻"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남과 북이 13개월 간 단절됐던 통신 연락을 재개한 가운데, 북한이 해당 소식을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으며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남과 북은 지난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단절됐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 당일 청와대의 발표가 있었고 이와 같은 시간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역시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남북 쌍방은 27일 10시부터 모든 남북통신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8.4.27 |
다만 북한의 대내용 매체에서는 28일 현재까지 연락선 복구 소식이 보도되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연락선 재개 소식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병대회 참석 소식을 집중 조명했다. 조선중앙TV 등 다른 대내 매체에서도 관련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북한이 연락선 복원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배경에는 아직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대남 적대관계를 선포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대화 전제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무기도입 중단 등을 요구하며 '남한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아직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김 위원장이 요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김 위원장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이 '자력갱생' 기치를 연일 강조하면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연락선 복원 소식이 주민들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내부 매체에 소식을 싣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이미 대남 적대관계를 선포한 상황이고 당대회에서 제시한 대화 전제조건이 충족된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김 위원장이 일구이언(一口二言)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남한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통신선을 연결했다고 해서 남북관계에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자력갱생이라는 내치에 집중하면서 특히 남측을 적으로 규정한 점, 남북관계 전면중단을 경고한 지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등을 감안해서 주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주민들의 인민학습을 통해서 설명한 후 자연스럽게 공식화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직 남북관계가 긍정적인 분위기가 아닌 상태에서 주민들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주지 않기 위한 의도"라면서 "북한이 현재 한류 등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러한 사실을 공개할 경우 이해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