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차질로 당장 이커머스 M&A·지분투자 어려워
"선제적 유상증자…MTS 구축은 일정대로 하반기"
"디지털 금융 경쟁 치열…시장 선점 놓칠 수도"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상장 일정이 1분기 뒤로 밀리면서 1조600억원에 달하는 카카오페이의 사업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당장 경쟁사보다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온·오프라인 결제서비스 확장을 위해 공모자금 중 435억원을 올해 안에 투입하려던 계획에도 변동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이커머스 기업·보험사 등에 대한 지분·자본 취득 일정에 변동이 생기면서, 관련 사업이 성과를 나타내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카카오페이)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상장 예정이었던 카카오페이의 IPO 일정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4분기 이후로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증권신고서에 2분기 재무제표를 반영해야하는 만큼, 일러도 9~10월에 IPO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새 증권신고서에서 공모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8월 상장 시 공모자금 수혈과 함께 시동을 걸려던 사업에도 대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금감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IPO 공모자금을 ▲이커머스 파트너십 구축 ▲증권 리테일 사업 확장 ▲디지털 손해보험사 자본 확충 등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 ▲소액여신 서비스 런칭 등에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중 증권 리테일 사업 확장 차원에서 진행하는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서비스 구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사업 계획은 차질이 예상된다.
◇ 결제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차질
카카오페이는 핵심 사업인 결제서비스 사업에 댈 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게 됐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커머스 관련 기업들과의 M&A 및 지분투자 등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에 올해 상장자금 중 300억원을,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에 135억원 가량을 투입할 방침이었다.
구체적으로 결제서비스 가맹점 확보를 위해 밴(VAN), 포스(POS) 및 솔루션 업체와의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단말기를 보급하는데 대부분의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송금과 결제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자상거래 결제시장에서 네이버나 쿠팡, 이베이코리아에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프라인 가맹점 수도 신용카드사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온·오프라인 가맹점 수는 다 합해도 약 60만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약 250만개)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 내년 출범하는 손보·여신 자금동력 '흔들'
공모가 1조원이 넘는 조달금액 중 카카오페이가 올해 투입을 계획한 자금은 435억원에 불과하다. 카카오페이가 공모가를 낮출 경우 본격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내년 사업부터 더 큰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내년 1분기 내 디지털손해보험사 정식 출범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신고서에서 "초기 자본금 1000억원으로 시작할 예정이나, 보유보험료 증가에 따른 자본확충 필요성이 조기에 대두할 것으로 예상돼 공모자금 중 1500억원을 오는 2023년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언급했다.
후불교통, 후불결제 서비스를 포함한 소액여신 서비스 런칭을 위해서도 내년 900억원, 2023년 21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었다.
◇ "IPO 지연으로 시장 선점 타이밍 놓칠 수도"
다만 하반기 예정된 MTS 서비스 구축은 일정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이미 올해 두 번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만큼, 연내 MTS 출시 계획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카카오페이증권에 총 24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16일 지분율 60%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증권에 18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으며, 앞선 3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중 60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 스케줄이 1분기 지연된 것은 생각보다 큰 사업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핀테크·빅테크 기업 간 디지털 금융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시장을 선점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yh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