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민법 입법예고
반려동물 사고, 형사소송 가고 위자료 받을 수도
현행 펫보험으로 대응 못해...대변화 예고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 A씨와 함께 산책하던 강아지가 갑자기 찻길로 뛰어들었다. 이 일로 A씨의 반려동물이 자동차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의 사망으로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상대편 자동차보험사는 차량 파손 등을 배상하라고 통보했다. 반려동물 사망에 대한 위로금은커녕 오히려 사고 가해자가 된 셈이다.
앞으로 A씨와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법적인 해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물건으로 취급하던 동물의 법적 지위를 끌어올리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동물을 물건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보겠다는 의미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그 자체로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이에 따라 애견·애묘를 보장하던 펫보험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선언적 조항...인식 변화 계기 될 듯
법무부는 지난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으로 민법 제98조의2를 신설했다. 다만 동물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덧붙였다.
동물권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법무부의 이 같은 입법예고를 '선언적' 조항이라고 분석한다. 또 단서조항까지 붙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사람들이 '동물≠물건'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해석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2021.07.23 0I087094891@newspim.com |
◆반려동물 사고...형사소송 가능, 위자료도 받을 수도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반려동물이 물건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재물에 포함된다.
위의 A씨의 사례를 애견이 찻길로 뛰어든 것이 아닌 드론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A씨가 드론 연습을 하다가 조정 미숙으로 찻길로 드론이 날아갔다. 이때 운행 중이던 차량에 부딪혔다. 운전자는 드론을 피하려다 2차 사고까지 발생했다. 운전자는 드론이 날아들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경우 드론 소유주인 A씨가 차량 운전자 및 2차 사고차량의 피해까지 전부(과실비율에 따라 일부) 물어주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까지 반려동물도 이 같은 상황이라면 소유주가 배상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법리적으로 재물이어서다. 소유주가 명확한 물건이 원인을 제공해 재정적 손해가 있던 것이다.
법원 판결도 지금까지 대부분 반려동물을 재물로 봤다. 춘천지방법원은 A씨와 비슷한 사건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소5501)에서 애견 주인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소유했던 재물 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거다.
그런데 동물권이 생기면 이와 같은 사고에서 A씨도 위자료 명목으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대체 불가능한 물건'의 경우에는 위자료가 인정된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은 대체불가능한 물건이 아니었다. 따라서 법적 분쟁에서도 통상 위자료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다만 A씨의 책임은 더 막중해질 수 있다. 보호자의 보호감시태만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린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다 아이가 찾길로 갑자기 뛰어들어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의 일부가 보호자인 부모에게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고는 물적사고로 분류돼 왔으며, 관리해야 할 재물을 잘 관리하지 못한 쪽의 과실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권을 인정하면 물적사고가 아니게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아직 법리적 해석이 없어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애매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반려동물의 경우 TV에 출연하고 모델이 되기도 한다. 주인이 아닌 반려동물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려동물이 사망하거나 다쳤다면 향후치료비나 상실수익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앞으로는 향후치료비나 상실수익까지 인정 받을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향후치료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를 합의 시점에 책정해서 선지급하는 것이다. 상실수익은 사고로 수익 창출 능력이 전부 혹은 일부가 없어졌을 때 이를 책정해 지급하는 것이다.
또 재물은 형사소송으로 번지기 힘들다. 이에 동물을 고의로 다치게하거나 죽여도 형사소송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이 물건이 아니게 되면 고의로 동물을 상해·살해할 경우 형사소송이 진행 될 수도 있다.
펫보험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펫보험은 반려동물 실손보험 개념이다. 반려동물이 질병에 걸렸거나 다쳤을 경우 실제 치료비의 일부를 보상하는 게 보험약관의 골자다. 그런데 펫보험도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바뀌는 동물의 개념에서 현재 펫보험은 극히 일부분만 보상될 뿐이다. 보상의 현실화를 위해 펫보험 개정이 필수라는 의미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펫보험은 사실상 반려동물의 실손보험이며, 의무가입하는 맹견보험은 맹견 피해자에게 배상하기 위한 배상책이보험이 골자"라면서 "현재 펫보험으로 개정될 민법의 동물권을 보상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현재는 선언적인 법조항만 변경되는 것이지만 향후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며 "동물에 대한 인식변화가 진행되면 펫보험 시장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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