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남편 박성준 교수와 공모,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 등
"중앙정보부가 불법체포·감금…공소사실 인정 증거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간첩 혐의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가 52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3부(김형진 최봉희 진현민 고법판사)는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박경호 씨의 재심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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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에 의해 적법한 영장 없이 연행됐고 불법 체포·감금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에 대한 수사기관에서의 조서, 진술서 등은 임의성 없는 자백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압수된 서적 등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반국가단체인 민족해방전선을 구성하고 국가존립·안정 및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이익을 위해 동조·화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당시 중앙정보부가 "주범 김종태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결성해 정당으로 위장한 뒤 반정부, 반국가적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통혁당 산하에 여러 지하조직이 구성됐다고 봤고 이 사건으로 작가인 고 신영복 씨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남편 박성준 교수도 각각 20년, 13년을 복역했다.
당시 서울대학교 정치과 학생이던 박 씨는 박성준 교수와 공모해 비밀조직을 구성·가입하고 공산주의 서적을 발행·복사·반포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이후 박 씨가 사망해 그의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한편 이날 박 씨와 함께 재심을 청구했던 박 교수도 법정에 나와 선고 결과를 지켜봤다. 박 교수에 대한 재심개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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