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시시콜콜] 영국 정부 관광사이트의 '일본해' 삭제가 의미하는 것

기사입력 : 2021년07월14일 09:41

최종수정 : 2021년07월14일 09:41

영국과 일본, 가깝고도 먼 애증의 역사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영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별 여행안내 사이트(www.gov.uk)의 한국 지도에서 'Sea of japan'(일본해) 단독 표기가 삭제됐다. 또한 세계 여행 사이트(worldtravels.com)는 일본해를 내리고 동해(East Sea)로 표기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12일 영국에서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우리나라가 초청된 이후 벌어진 일들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2021.07.13 sollane@newspim.com [사진=월드트래블스 사이트]

영국 정부의 국가별 여행안내 사이트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가 삭제된 것은 영국 정부의 자발적인 행동은 아니고,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VANK)의 계속된 노력 덕택이기는 하다. 반크는 지난해 3월 이 사이트의 한국과 북한 지도에서 '일본해'가 단독으로 표기되고, 독도가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영국 정부와 주한 영국대사관에 시정 서한과 함께 동해 표기의 정당성 자료와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소개하는 자료, 독도가 표기된 한국 지도 등을 전달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1년 4개월여 만에 일본해 표기를 삭제했다. 현재 이 사이트의 한국과 북한 지도에는 바다 이름이 없는 상태다. 반크는 삭제된 일본해 자리에 '동해'를 표기해 달라고 다시 영국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이트에 아직 동해 표기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일본해 표기가 삭제됐다는 사실만 해도 일본 정부와 일본인은 이를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일 듯하다. 지난 G7  정상회의 때 문재인 대통령이 받은 비상한 대접에 견주어졌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푸대접(?)의 악몽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

당시 G7 정상회의의 첫 번째 확대회의 세션에서 영국 보리스 존슨 수상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의 오른쪽 자리에,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왼쪽에 앉혔다. 국제회의에서 주최국 오른쪽 자리에는 항용 최우선 VIP가 앉는다는 점에서, 이날의 풍경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리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콘월의 카비스베이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에서도 문대통령은 맨 앞 줄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자리는 연이틀 구석이었다.

세계수로기구(IHO)는 표준지도인 '해양의 명칭 및 경계'를 작성하고 국제수로 이용에 관한 표준규칙 등을 관장하는 기구다. IHO는 한일간 동해와 일본해 표기의 대립을 중재하면서 세계 각국이 바다 이름을 표기할 때 기준으로 삼는 표준 해도집에 동해나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2020년 11월 총회에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제강점기 동해가 국제표준에 '일본해'로 오르면서 이어진 명칭 논란이 일단락된 상태다. 아울러 일본이 주장해왔던 일본해가 표준이라는 주장도 그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기존 해도지침 '해양의 명칭 및 경계(S-23)'는 일제 강점기이던 1928년 발간한 초판부터 현행 3판에 이르기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고, 이는 일본 측이 동해를 일본해로 주장한 근거가 됐다.

IHO가 새롭게 제작할 S-130은 모든 해역에 지명 표기 없이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디지털 방식의 신 해도지침이다. 이 방침에는 일본 측도 찬성했다. IHO가 이런 새 방침을 정한 것도 사실 일본에는 큰 충격이었다. 결과적으로 1997년부터 '동해' 병기를 주장해온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그동안 꾸준히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지난 2011년만해도 영국 정부는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서를 IHO 실무자 회의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10년만에 이런 영국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사실 영국은 대한민국보다 일본과 훨씬 가까운 나라다. 지난 역사가 그랬다.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조슈 번(지금의 야마구치 현)과 사쓰마 번(지금의 가고시마 현)의 핵심 인물들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비롯해 모두 영국 유학파다. 이들 유학파가 메이지유신의 성공 이후 정권의 실세를 담당했음은 물론이다.

당시에는 해외로 나가는 밀항이 사형에 처해지는 중대범죄였는데, 나가사키의 영국 무기판매상인 토마스 글로버(Thomas Glover)가 이들을 모두 홍콩으로 실어날라, 홍콩에서 영국으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들이 영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 세력도 글로버의 배후인 자딘 매터슨(Jardine Matheson)이다. 자딘 매터슨은 영국이 청나라와 아편전쟁을 발발하도록 막후 조종한 바로 그 회사다.

이렇게 영국은 1868년 메이지유신의 성공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영국이 아니었으면 메이지유신은 실패한 쿠데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시스템은 상당 부분 영국식으로 개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좌측통행이고, 공작-후작-백작-자작-남작의 귀족제도, 내각 발족식이나 정식회의 때 입는 영국식 프록코트(frock coat)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서 들여온 카레도 일본의 국민음식이 되었다. 이처럼 일본에는 영국풍을 모방한 풍물이 많다. '영국뽕'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화의 출발점인 메이지유신의 성공 자체가 영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이지 정부는 이런 영국을 바로 배신한다. 1871년 폐번치현(廃藩置県)으로 중앙집권국가 수립에 성공한 유신정권은 그 직후인 11월 대대적인 사절단을 미국과 유럽에 파견했다. 우대신 이와쿠라 토모미(岩倉具視)를 전권대사로 하고 참의(參議) 기도 다카요시(木戶孝允)와 대장경(大藏卿) 오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 공부대보(工部大輔) 이토 히로부미 등을 전권부사로 하는 정부 주요직만 총 48명으로 당시 정부 관료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이었다. 수행단까지 합치면 1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구미 국가와 조약 개정의 예비교섭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양 선진문명을 현지에서 시찰하고 새로운 일본 건설에 참고하는 것이었다.

대대적인 순방 이후 메이지 정권의 목표가 정해졌다. 부르주아 민주주의 형태의 영·미·프랑스가 아닌, 황제의 권한이 강대하고, 문무 관료가 지배하는 독일(프러시아)과 러시아 체제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일본과 직접 이해 대립이 없고 공업화도 진전돼 있으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지닌 독일이 일본의 모범이 되었다. 일본의 독일 따라하기는 이 때 결정된 것이다.

그러자 일본을 인도처럼 지배하려했던 영국의 계획에도 커다란 차질이 생겼다. 영국은 자기 나라는 표준궤로 바꾸면서 뜯어낸 협궤열차를 일본에 팔아먹는 등 이익실현을 막 도모하려 했는데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본 지방에는 아직도 영국식 협궤열차가 운행중이다.

신정부의 실력자들은 모두 젊었다. 모두 30-40대였고, 이토 히로부미는 겨우 30세였다. 혈기왕성한 그들에게 프러시아의 활발한 대외 팽창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후 일본은 독일을 따라서 군비확장을 통한 외국 침략의 길로 본격 나서게 된다.

이들 메이지 핵심세력은 1차 세계대전에서도 영국을 이용했다. 일본은 영국 요청으로 1914년 8월 23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쟁에 개입했다. 영국은 아시아에서 독일 무장 상선을 수색하는 것에 한정해서 일본의 참전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영국의 제한적 참전요구를 뛰어넘어 전면 참전을 선언했다. 그러자 영국이 참전 의뢰를 취소했는데, 일본은 이를 무시했다. '동양에 대한 일본의 권리 확립', 즉 식민침탈에 너무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친 후 상원 도서관을 방문,안헬 곤잘레스 도서관장으로부터 상원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국전도'에 대한 설명듣고 있다.[사진=청와대] 2021.06.16 photo@newspim.com

IHO가 동해와 같은 명칭 대신 번호로 표기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도,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사이트의 표기를 두고 한일간 국지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국지전에서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결국 국가 경쟁력, 국력이다. 

G7 정상회의 직후 문대통령이 스페인을 국빈방문했을 때 스페인 정부가 독도와 대마도가 조선 영토로 표기된 고지도(조선왕국전도)를 공개해서 보여준 것은 바로 이같은 국제질서 냉엄한 현실의 적나라한 예다. 

sollan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히든스테이지' 첫 주자 민주·김마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개최하는 싱어송라이터 경연대회 '히든스테이지'가 드디어 막이 오른다. 20일 오후 4시 10분 유튜브 '뉴스핌TV'를 통해 공개되는 '히든스테이지'는 미래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갈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경연 대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4팀(명)이 매주 2명(팀)씩 출연하여 실력을 겨룬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대회의 첫 경연 주자는 민주와 김마누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민주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민주(본명 김민주·24)는 스스로를 자유로운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아직까지 정형화된 음악 대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부른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고향 부산에서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세상 사람들과 만나왔다. 이번 '히든스테이지' 출전을 계기로 부산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다섯 살 때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를 불러서 칭찬을 받은 것이 노래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7살 무렵부터는 빅뱅의 열렬한 골수 팬이 됐다.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성악을 공부하면서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아왔다. 자연스럽게 음대에 진학하여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김마누가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고 있다. 2025.06.19 oks34@newspim.com 밴드 '밍글'로 활동할 당시에 KT&G 상상 라이브 연습실 우승(2023)을 차지했고, 부산 MBC '마이스테이지' 가을 특집 출연(2024), KNN '마실가요, 따스함으로 물들다'에 출연(2024)하는 등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음악과 달리 개성이 넘치는 영국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좋아한다. 또 강렬하면서도 파워풀한 여성 로커 제니스 조플린의 음악도 좋아한다.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그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참가곡은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와 '수도 없이'라는 곡이다. '너가 외롭고 아프지 않았음 해/ 내가 외로워져 아파지더라도 말야/ 넌 좀 달랐으면 해. 나와는 말야/ 내가 흘린 눈물의 반의 반만 흘렸으면 해'라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언젠가 별이 될 우리에게'는 이타적 감성이 돋보이는 노래다. '수도 없이 많은 밤을 새웠어/ 수도 없이 많은 꿈을 꾸어 왔어/ 수도 없이 많은 사람 만나왔고/ 수도 없이 별 수도 없이/ 이제 나는 빈껍데기만 남아/ 아직도 꿈을 꿔/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며/ 밤을 새워'라는 노랫말을 가진 '수도 없이'는 코로나 시국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만든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민주. 2025.06.19 oks34@newspim.com 김마누(본명 김지범 ·34)는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는 싱어송라이터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언젠가는 음악을 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한다. 몽환적이면서도 따스한 분위기의 음악인 베드룸팝과 인디록을 지향한다. 베드룸팝의 대표주자인 Mac de Marco의 노래를 좋아한다. 엄청난 훅을 가진 그의 노래들과 일상 하나하나가 밈이 되는 스타일까지 마음에 든다. 제28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으며 JTBC '슈퍼밴드 1'에도 출연했다. 멜로망스의 7집 앨범 '너랑'의 작곡자이며,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OST에서 작사와 작곡, 노래까지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022년도 1월 'I'll Be There'로 데뷔했으며 올해 또 다른 앨범 발표와 공연을 준비 중이다. '히든스테이지' 출연을 계기로 국내뿐만이 아니라 크게는 해외 페스티벌 참가 및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꿈이다.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고 있는 부모님, 연인, 친구들에게 주는 노래 'I'll Be There'는 김마누의 대표곡이다. '이제 내게 기대/ 내가 늘 옆에 있어 줄게'라는 노랫말처럼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아련하고 고요하다. 여기에 비 오는 날의 숨결과 사랑의 리듬을 표현한 'Tiny Couch'를 부른다. 'Tiny Couch'에서 김마누는 사랑이란 거창한 말 없이도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속삭인다. 'You hum that tune like you always do/ And I'll sing low, just like I promised to/ Your laugh fills me, baby I won't let go'라는 노랫말처럼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포옹과 같은 노래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싱어송라이터 김마누.2025.06.19 oks34@newspim.com 미래의 싱어송라이터를 선발하는 '히든스테이지'는 서울 여의도 뉴스핌 본사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화 경연을 진행 중이다. 9월 첫째 주 본선 경연이 끝나면 심사위원과 응원단의 점수를 합산하여 톱 10 진출자를 결정한다. 10월 1일 오후 서울 홍릉 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문화광장에서 마지막 톱 10 경연대회를 펼친다.  '히든스테이지' 대상(1명)은 500만 원, 최우수상(2명)은 각 300만 원, 우수상(1명)과 루키상(1명)에게는 각 200만 원 등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또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한국음악저작권협회장상이 주어진다. 본선 진출자 모두에게 포트폴리오로 활용 가능한 라이브 클립 제작, 각종 공연 참여 기회 및 언론 인터뷰 등의 기회가 주어진다. 또 최종 우승자인 대상 수상자에게는 음원 발매를 지원한다. 뉴스핌과 감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후원하는 '히든스테이지'는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미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로 손꼽히고 있다. 제1회 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에이트레인과 최우수상 수상자인 파일럿과 우수상을 탄 미지니가 배출됐다. 지난해 2회 대회에서는 뉴스핌 '히든 스테이지' 대상에 이찬주, 최우수상은 헤밍·채겸이 차지했다.  oks34@newspim.com 2025-06-20 09:13
사진
한동훈의 깊어가는 '당권 고민'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당권 도전을 놓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 전 대표의 출마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다수가 출마를 만류하고 있어서다. 출마 땐 승산이 있지만 당내 다수파인 구 '친윤(친윤석열)'계의 벽에 가로막혀 당 쇄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선 참패에도 구 주류는 건재하다. 원하는 후보를 쉽게 원내 사령탑으로 만들었고, 당 개혁안을 다수의 힘으로 저지하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한계와 쇄신파가 밀었던 김성원 의원이 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송언석 의원에게 완패했다. 30대 60으로 사실상 게임이 되지 않았다. 구 주류가 지배하는 당의 세력 분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한 개혁안은 이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한동훈 후보가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4.05.03 photo@newspim.com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어렵사리 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해도 이들이 비토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 중심의 다수파인 이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전당대회에서 63%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가 이들에 의해 쫓겨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전 대표의 출마를 강력히 주장했던 측근들조차 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이다. 물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다. 측근들 다수가 반대해도 본인이 출마를 결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안 나온다고 하다가 나올 것"이라며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결국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한 전 대표가 패배한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한동훈 비토가 세기 때문에 최종 결선 투표에서 진 게 아니냐' 이렇게 얘기하지만 그때 실제로 한덕수 총리에 대한 지지세라는 게 있었다"면서 "그런 분들이 아무래도 단일화나 이런 것에 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문수 후보한테 갔던 것"이라고 봤다. 이 의원은 나경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 전 대표가 김문수 후보와 일대일로 만약에 붙는다고 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기류는 출마 만류 쪽이다. 원내대표 선거 완패가 결정적 계기였다. 당 개혁안 표류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설령 대표가 돼도 현실적으로 당 쇄신은 요원하다고 본 것이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은 1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또는 원내대표 선거에서 송언석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치열한 접전이 있었다든지 이런 식으로 당의 변화가 느껴지는 상황에서 한동훈이 등판하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다"며 "지금 당내 분위기가 아직까지 많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만약 출마를 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히 제일 높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굉장히 복잡해졌다. 의견들이 5대 5라고 봤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출마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다 보니 한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당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라며 "저항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역시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좀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번 출전할 수는 없다. 현실은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한동훈 그룹 내에서는 신중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존재는 보수 재건의 최강병기인 동시에 최종병기, 마지막 보루"라며 "한동훈이 무너지면 보수 혁신, 보수 재건은 거의 물 건너간다. 그러니까 소중한 만큼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친한계 인사 중 강력한 출마론자였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당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원내대표 선거와 당 개혁안 표류 등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대표가 돼도 구 친윤계의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 전 대표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 전 대표는 출마 쪽에 무게를 싣고 조직 확산 작업 등을 해왔으나 측근 그룹의 만류와 쇄신과는 거리가 먼 당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마냐, 포기냐의 기로에 선 한 전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    leejc@newspim.com 2025-06-20 07:5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