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 사상 최고가 수준에 도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가 상승에서 소외된 기업들도 있다.
대체로 자산주 성격을 갖는 종목들이 작년부터 시작된 대세 상승기에서도 충분히 상승하지 못했다.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더하면 시가총액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종목들이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업투자설명회(IR)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주들의 문의조차 귀찮다는 듯이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을 취득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장부가액은 당시 취득가액으로 계상돼 있다. 만약 자산재평가를 한다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
지분 증여 등 승계를 앞둔 기업들도 대체로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기업군이다. 주가가 높으면 그만큼 증여세(또는 상속세)가 커지기 때문이다. 가끔 지분 증여 등 승계가 완료되지 않은 기업들의 오너 '부고기사'에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있다. 오너 사망에 따라 상속이 발생할 것이고, 상속인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배당을 높게 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폭탄 배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너가(家) 3세들이 지분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의류업체 A사는 전국 요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자산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임대업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임대업을 하는 많은 관계사를 두고 있다.
기업 오너가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 상황이라면 소액주주 입장에선 상당히 고달프다. 몇 년 전 한 골판지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회사의 주주 관련 정책들에 대해 불만에 제기했더니, 그 회사 오너가 "그럼 팔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는 일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적이 있다. 이런 기업 오너들은 대체로 '회사는 나의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소액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투자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왜 주식 조금 사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이냐' 하는 식이다.
기업활동을 해서 이익이 발생하면, 그것은 모든 주주의 몫이다. 배당을 하든, 유보를 하든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유보를 하더라도 그 돈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너가 이익을 소액주주와 공유하기 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여러가지 편법을 통해 주주들의 이익을 편취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계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들의 경우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고,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 때문에 대놓고 이런 행위를 하기 어렵지만 감시망에서 다소 벗어난 중견, 중소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비일비재한 일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오너 리스크'다. 관계회사를 통해 이익을 빼돌린다면 사실 횡령, 배임 등 범죄의 영역에 속하지만 섬세한 컨설팅을 통해 법망을 피했다면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기업들이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한국 증시 전체로 봐도 디스카운트 요인이다. 투자자들과 이익을 공유하기 싫다면, 차라리 깔끔하게 공개매수 후 자진상폐하는 것이 훨씬 낫다.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