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엑손모빌, 로열더치셀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대규모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석유기업들이 탄소배출 제로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영향으로 현재 매물가치는 1400억달러(약16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에너지 컨설팅회사 우드 매켄지의 분석을 인용해 현재 매물로 나온 글로벌 석유기업의 자산은 총140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드 매켄지는 미국의 엑손모빌, 셰브론, 유럽의 BP, 로열더치셀, 토탈 등이 2018년 이후 282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처분했다. 이들 6개 회사는 지금도 3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매각 중이다.
동업계에서 매물로 나온 자산가치는 1400억달러 이상으로 여기에는 아직 채굴되지 않은 매장분도 포함돼 있다.
그간 글로벌 석유기업들의 탄소배출 제로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과 행동주의 단체로 부터 압력을 받아왔고 이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들어 영국의 석유산업 내에서 처분된 관련자산 규모만 해도 70억달러(약8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차원에서 일례를 보면 지난 6월 로열더치셀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유전지대를 매각하기 위해 복수의 원매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자산규모는 100억달러(약11조억원수준)으로 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석유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는 투자자들과 행동주의 단체의 압바긍로 로열더치셀뿐 아니라 BP와 토탈에너지 등 전통 석유기업들은 석유와 가스와 관련된 자산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BP와 ENI가 알제리에 위치한 석유자산을 이탈리아 그룹에 매각하기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또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앙골라의 합작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협업하는 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P의 최고경영자(CEO) 버나드 루니는 "2030년까지 석유생산을 40%감축하는 반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올해 1분기에 매각한 BP의 자산규모는 47억달러에 달하고 현재까지 처분 자산 규모는 14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BC캐피탈마켓의 비랴 보르카타리아는 "거대 석유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빠른 방법은 관련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산매각 그 자체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그저 자산 주인만 바뀔 뿐 여전히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로열더치셸에게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5% 감축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의 이사 자리를 찾이하는 등 이들 석유기업들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요구가 높어지고 있다.
5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환경단체들이 낸 소송과 관련해 로열더치셸에게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감축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이는 사법부가 민간기업에 내린 사상 첫 탄소배출량 감축 명령으로 평가된다.
또 엑손모빌 주주들도 주주총회에서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이 지명한 이사 후보 4명 가운데 최소 2명을 이사로 선출했다. 이 헤지펀드는 엑손모빌 지분 0.02%만 보유했지만 탈탄소시대에 대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등의 경영전략 수정을 요구했고 다른 주주들이 이에 동조함에 따라 2개의 이사자리를 확보한 것.
대런 우즈 CEO 등 엑손모빌 경영진은 석유와 플라스틱 수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등 기존의 원유시추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이 헤지펀드에 맞섰지만 최대 주주 중 하나인 블랙록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 등이 엔진넘버원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서양 양쪽에서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각국의 정부들이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가운데 에너지산업을 비롯해 농업, 광업, 물류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의 민간기업으로까지 기후변화 대응의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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