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처분 취소해달라" 소송
법원 "비난가능성 높은 범행…국립묘지 영예성 훼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국가유공자에게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지 않은 국립4·19민주묘지의 결정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A씨가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대학 시절 4·19 혁명에 참여해 혁명공로자로 인정받아 2010년 건국포장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는 지난해 5월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장에게 자신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전에 결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국립4·19민주묘지 측으로부터 심의를 의뢰받은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 대상 심의위원회는 A씨가 과거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확정 판결을 근거로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해 안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A씨는 이 의결에 따라 안장 비대상 처분을 받은 뒤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위원회 결정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심의 결과는 존중함이 옳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립묘지의 안장 대상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해 국민과 후손들이 그 정신을 기리며 선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희생·공헌이 그 전후에 이뤄진 범죄 또는 비행으로 훼손되지 않아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당시 도로교통법령상 허용한도(0.05%)보다 거의 8배가 높았으며 A씨는 보행자에 대한 보호필요성이 높은 횡단보도에서 사고 후 도주했다"며 "피해자가 입은 부상도 전치 5주로 가볍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A씨의 범행은 사회적·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건국포장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거나 오랫동안 국가나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상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한 심의위원회 결정이 재량권 행사 기준을 위반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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