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재명계, 당무위 소집 서명 모아 "당무위서 종지부 찍자"
이재명계 반발…"당무위 그런 기구 아냐, 송영길 결단 내려야"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차기 대선경선 일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격화하는 가운데 오는 25일 최고위원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돈다.
송영길 대표가 원칙론에 무게를 싣자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은 즉각 당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계는 당대표 결단을 촉구하며 지도부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송영길 당대표는 23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를 둘러싼 "당내 이견이 팽팽하다"면서도 "의원총회에선 연기 쪽 의원 숫자가 많았지만 일반 당원이나 국민들은 현행대로 가자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강조했다. 경선 일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6.23 kilroy023@newspim.com |
앞서 송 대표는 경선일정을 25일 최고위원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 22일 의원총회를 거쳐 같은 날 최고위에서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었으나 찬반 양론이 팽팽하자 결정을 미룬 것이다. 송 대표는 대선경선기획단의 기획안을 보고받은 뒤 25일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결정을 미루기는 했으나 송 대표가 원칙론을 고수하자 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실력행사에 나섰다. 경선 일정 연기 문제를 다룰 당무위 소집 요구에 나선 것. 당헌 24조에 따르면 당무위원(재적 78명) 3분의 1 이상이 동의시 당대표가 당무위를 소집할 수 있다. 대선후보 최종 선출일이 '선거일 180일전'으로 당헌당규에 명시돼있으나 당무위 의결을 거쳐 바꿀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린 만큼 당무위를 열어 이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3선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한 통화에서 "당헌당규에 명시된 '상당한 사유(대선후보 선출일을 바꿀 단서조항)'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니 당무위를 열어 이를 명확히 해석해서 짚고 넘어가는 게 낫지 않겠냐"며 당무위 소집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계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헌당규에 이미 최종후보 선출일이 명확히 규정돼 있는데 당무위가 무슨 자격으로 이를 선거일을 바꾸냐 마냐를 논의할 수 있냐"며 "후보 선출일과 관련한 단서 조항의 해석 여부는 지도부에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도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 역시 이날 오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송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무위 소집 움직임에 대해 "당대표를 그럼 왜 뽑았냐"며 "규정상 상당한 사유가 있다면 당무위 의결을 거쳐 고칠 수 있다는데 상당한 사유 여부는 당대표와 지도부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다른 이재명계 관계자 역시 "당무위까지 소집하겠다는 요구는 과하지 않냐"며 "계파 싸움을 끝장보겠다는 것인지 당황스럽다. 대선 준비를 제대로 치르기도 전에 분당까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파 갈등을 지켜보는 무계파 의원들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대선경선기획단 핵심 관계자는 "이제 경선 연기 논란은 매듭짓고, 경선을 실제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경선 연기를 논의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당무위는 이날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에 대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당무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일정 문제는) 오늘 안건이 아니어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면서 "논의가 길어지는 측면에 대해선 조속한 결정을 내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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