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도우미 전문성·윤리의식 갖춰야"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 오는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A(29) 씨 부부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출산 이후 정부 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기사를 통해 산후도우미의 신생아 학대 사건을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둔 집이라 다행이지, 만약 (CCTV가) 없었다면 전혀 모르고 지냈을텐데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편이랑 CCTV를 설치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산후도우미들의 신생아 학대 사건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집 안에 CCTV를 설치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CCTV 설치도 좋지만 산후도우미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는 철저한 교육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지난 2006년 처음 도입된 이후 지원대상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서비스 이용 인원 7만9515명에서 2018년 9만7905명, 2019년 13만6364명 등으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1~4월 4만3019명이 이용하면서 연간 이용 인원이 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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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전문교육을 받은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산후도우미)가 출산가정을 방문해 산모의 건강회복을 돕고, 신생아를 보살펴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5월부터는 서비스 지원대상이 중위소득 120%에서 150% 이하로 확대됐다.
산후도우미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지만 문제는 그만큼 신생아 학대 사건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지난 11일 생후 88일 아기의 등을 내리치고 소파에 던진 60대 산후도우미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또 경기 안성시에서는 지난달 산후도우미가 생후 3주 아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욕설한 장면이 CCTV에 찍힌 것을 본 부모가 경찰에 진정서를 냈다. 지난 4월 서울 강북구에서는 산후도우미가 생후 50일 아기의 머리를 누르는 등 학대 정황이 CCTV에 찍혔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에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출산 이후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임산부들은 불안한 마음에 CCTV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이달 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정모(31) 씨는 "친정엄마가 거리도 멀고 직장에 다니느라 직접 오시지 못해 산후도우미를 이용하려고 한다"면서 "학대 사건 등으로 불안해서 거실과 안방에 CCTV를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주간 산후도우미를 이용하고 있다는 신모(31) 씨는 "주변에서 산후도우미를 이용할 때 혹시 모르니 CCTV를 설치하라고 해서 거실에 하나 뒀다"면서 "설치 후 어렵사리 산후도우미 파견업체에 알렸는데, 오히려 '요즘은 대부분 CCTV를 설치하신다. 차라리 있는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신씨 언급처럼 산후도우미 파견업체들은 오히려 CCTV 설치를 반기는 입장이다. 모 산후도우미 파견업체는 "처음 보는 사람이 집에 오는 거고, 아기를 온전히 맡겨야 하니 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오히려 CCTV로 녹화가 되니 조금이라도 산모들이 마음을 놓을수 있고, 관리사들도 괜한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어 설치 위치만 정확히 알려주면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CTV 설치가 신생아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적으로 적성에 맞는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는 철저한 산후도우미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6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자격이 주어지며, 아동 학대 예방교육은 30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지금의 교육과정은 형식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전문성을 기르고, 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는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정말 일이 적성에 맞는 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