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와 고가점자 대거 몰려…59㎡A 1만3989건 접수
3040대 계약·중도금 없어도 일단 '넣고 보자식' 청약 나서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의 1순위 청약 첫날 224가구 모집에 3만 6116명이 통장을 던졌다. 해당 단지는 서초구 프리미엄과 고분양가, 각종 대출 규제에도 10억원 가량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수요자와 고가점자 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각종 수치를 갈아치웠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청약가점과 현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3040대가 중도금을 연체하더라도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묻지마 청약 현상이 경쟁률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보유 현금과 청약통장 가점이 낮은 무주택 서민, 젊은층에겐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나 특별공급이 불가능하고, 추첨 없이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래미안원베일리'에는 224가구 모집에 3만 6116명이 통장을 던졌다. 평균 경쟁률은 161.2대1에 달했다. 최고 경쟁률은 1873.5대1로 전용 46㎡A에서 나왔다. 단 2가구 모집에 3747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해당 평형은 최고 분양가가 9억 2370만원으로 해당 단지에서 분양가가 가장 낮았다.
가장 많은 112가구가 일반공급에 나온 59㎡A형에는 가장 많은 1만3989건의 신청이 몰려 124.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어 59㎡B형 또한 85가구 모집에 6768건의 신청이 몰리며 79.6대 1의 높은 경쟁률이 나타났다.
전용면적별로는 ▲46㎡A 1873.5대 1(2가구 모집 3747명 접수) ▲59㎡A 124.9대 1(112가구 모집 13989명 접수) ▲59㎡B 79.6대 1(85가구 모집 6768명 접수) ▲74㎡A 537.6대 1(8가구 모집 4301명 접수) ▲74㎡B 471.3대 1(6가구 모집 2828명 접수) ▲74㎡C 407.5대 1(11가구 모집 4483명 접수)로 집계됐다.
서초동 래미안원베일리 인근 G공인중개 대표는 "청약 접수부터 인기 평형으로 꼽히는 59㎡A(17평)에 1만3989건이 몰릴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3.3㎡당 평균 5653만원으로 역대 아파트 일반 분양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평당 1억원이 넘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최소 1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낼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와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조감도. [이미지=삼성물산] = 2021.06.17 ymh7536@newspim.com |
◆ 묵혀뒀던 청약 통장 꺼내든 50대
시장은 가점제 특성상 현금 동원력이 있는 50대 이상 무주택자가 대거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최저 75점은 돼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를 충족할 50대 이상 무주택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만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청약 최저가점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10억 로또'로 불리기 때문에 고(高) 가점 청약통장이 쏟아질 수 있어서다. 예컨대 40세(1982년생) C씨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32점, 부모님을 포함한 자녀 3명(본인까지 7명)이면 35점, 청약 통장을 2006년 6월 이전 가입했다면 가입기간 15년 이상을 채워 17점을 받아 총 84점으로 만점이 가능하다.
3040대는 사실상 청약에 당첨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반해 50대 가운데 배우자와 중·고생 자녀 둘을 두고 있으면 젊은 세대보다는 당첨될 확률은 높아진다. 예컨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별로 점수를 매겨 총 84점이 만점이다.
74점은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고, 69점은 4인 가족의 만점이다. 50대가 돼야 이런 점수가 나올 수 있다. 시장에서는 전 타입 당첨가점 70점대를 예상한다. 4인가족 만점자도 당첨이 쉽지 않은 수준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가점이 높은 현금 부자들이 아껴둔 통장을 사용해 만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현금 동원 능력이 떨어지는 신혼부부와 젊은층들이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해 묻지마 청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6.17 ymh7536@newspim.com |
◆ 묻지마 청약에 나선 3040대
전문가들은 래미안 원베일리의 청약접수에 차익실현을 위해 3040대가 대거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지만 3.3㎡당 1억원이 넘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거의반값 수준이다. 실제 이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653만원이다.
평형별 분양가는 ▲49㎡형 9억 500만~9억 2370만원 ▲59㎡형 12억 6500만~14억 2500만원 ▲74㎡형 15억 8000만~17억 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바로 옆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가 3.3㎡당 1억 원 수준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 차익만 1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적용받지 않아 입주 때 전세를 놓을 수 있다.
문제는 현금 동원 능력이 없는 3040대가 청약접수에 몰렸다. 30대 원베일리 한 청약자는 "직장인 월급으로 10억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신청했다"며 "계약금과 중도금은 당첨된 이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곳들에서 대출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도금을 연체하더라도 일단 당첨되고 보자는 배짱 청약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무모하게 청약을 시도했을 때 자칫 거액의 계약금만 잃을 수 있다"라며 "연체이자에 취·등록세, 유상옵션까지 고려해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최소 분양가의 70~80%의 자금이 있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래미안원베일리의 중도금 연체이자는 대략 5.88%다. 다만 시중은행 기준금리가 올라갈 경우 실제 납부시점에는 가산금리가 붙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분양사무소의 설명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하지 경우 자동으로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