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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정몽구-수소차'와 '정의선-수소사회', 그리고 슈퍼히어로

기사입력 : 2021년06월16일 14:21

최종수정 : 2021년06월16일 14:21

수소차로 첫 발 뗀 수소사회 전환 목표…국가적 전폭 지원 필요

[서울=뉴스핌] 이강혁 산업1부장 = 많은 이해관계자가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으니 할 줄 아는 것에 모든 전력을 쏟아붙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 현재보다 나아질 미래는 없다'. 총수의 생각은 달랐다. 어제와 똑같아서는 회사의 미래가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환경을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해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주변의 우려를 뒤로하고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던 때의 분위기는 이랬다.

[서울=뉴스핌] 이강혁 기자 = 2021.06.16 ikh6658@newspim.com

정몽구 명예회장은 수소차에 대한 확고한 목표를 세우고 대장정의 첫 발을 뗐다. 준비 자체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그만큼 기회는 커질테니.

정몽구 명예회장의 수소차 목표는 어느 순간 그의 신념이 됐다. 신념은 곧 능력을 극대화하는 원동력이다. 그렇게 10여년. 그의 수소차를 향한 꿈은 끈기와 투지로 보여졌고 결국 기회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수소차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이다.

수소차 대중화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대를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몫이 됐다.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 직함을 막 달았던 2018년 상품성을 갖춘 2세대 넥쏘 수소차를 세계에 공개했다. 중장기 투자계획을 담은 '수소전기차(FCEV) 비전 2030'도 발표했다. 넥쏘는 이후 현재까지 1만4000대 가까운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만 뒷받침됐다면 넥쏘의 판매고는 10만대도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제 수소차를 중심으로 국가적 수소사회 전환 움직임의 핵심 인물로 맹활약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퍼스트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소차는 그 첫 단추인 셈이고, 궁극의 방향은 수소경제를 주도하며 미래 먹거리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말한다. '할 수 없다'는 말은 정의선 회장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정의선호 현대차그룹 계획은 촘촘하고 실행은 빠르다. 혼자 안되면 협력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도 정의선 회장의 방식이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밟고 밟히는 이윤추구의 기업 속성은 적어도 수소사회 구현이란 대의(大義)에서는 다른 말이됐다.

성과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재계 핫이슈로 떠오른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등 4개 그룹의 '수소동맹'은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동맹을 일각에선 '수소 어벤저스'라 부른다.

수소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의 에너지이자, 기업에게는 새로운 먹거리다.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모든 분야를 대체할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가 수소다. 2050년 전세계 수소시장 규모는 2500조원으로 예측된다. 세계 주요국도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은 수소 에너지를 '게임 체인저'로 지목했다. 수소 에너지 연구개발(R&D)과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중국도 '수소굴기 정책'을 야심차게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공급 계획이 빠르게 물살을 타고 있다.

호주는 남한 면적의 5.5배에 달하는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태양광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전세계에 수출하는 운송기술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수소생산을 위해 친환경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급격하게 진행된 산업화의 물결 속에 병든 지구와 오늘보다 나은 삶은 추구하는 인류의 '탄소제로' 프로젝트의 서막이다.

정의선 회장 등 민간기업 주도의 수소사회 전환 노력에 이제 정부가 좀더 포괄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책을 들고 나서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래야 성공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올해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도 시행됐으니.

2050년 미래. 도로에는 현대차의 자율주행 수소전기차가, 철로에는 현대로템의 수소전동열차가가 달린다. 현대제철은 수소에너지로 고로를 돌려 철을 만들고 현대건설이 지은 아파트는 값싸고 질좋은 수소연료다. 현대차그룹이 만든 수소연료 드론이 택배를 배송하고 현대글로비스의 수소선박이 수출물량을 잔뜩 싣고 출항한다.

미세먼지 예보는 300일 연속 '좋음'. 우리나라 4계절은 더 뚜렷해졌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정의선 회장을 '수소 영웅' 슈퍼히어로라 부를 수도 있겠다. 

ikh665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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