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재등록하려면 주민등록증 재발급하는 번거로움까지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 최근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은 A(33)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30차례 이상 지문인식이 되지 않아 10분간 쩔쩔매다 창구에 지문 재등록을 요청했지만, 지문 재등록을 위해선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답을 들은 것이다. A씨는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으려면 6개월 이내 사진이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누가 민원서류 뽑으러 오는데 증명사진을 갖고 다니겠냐"며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려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대기표를 뽑고 창구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걸 그랬다"고 말했다.
손쉽게 민원서류를 받급받을 수 있도록 주민센터를 비롯해 병원, 지하철역 등 곳곳에 도입된 무인민원발급기가 지문인식 오류 등으로 오히려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문인식만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하지만 정작 인식이 잘 되지 않아 무인발급을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한 데다, 지문 재등록을 위해선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뒤따른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무인민원발급기 이용 시 지문인식의 잦은 실패로 시민들의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문서나 전화를 통해 부서로 직접 들어오는 민원도 있지만, 지자체를 통해 지문인식 관련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며 "통계를 따로 내고 있진 않지만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사진=광진구청] 2021.06.04 min72@newspim.com |
무인민원발급기는 1999년 대전 유성구에서 처음 설치된 이후 2000년부터 본격 도입돼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손쉽게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어 편익을 도모하고, 창구 공무원의 민원서류 발급시간 절감을 통해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도입 초기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기 위해선 주민등록증과 지문 등 두 개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2008년 12월 전자적 본인확인장치 표준규격 개정에 따라 주민등록증이 필수규격에서 선택규격으로 변경되면서 지문인식만으로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이 가능해졌다.
본인확인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무인민원발급기 도입이 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지문인식 실패가 잦다는 점이다.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지문을 재등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무인민원발급기 도입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시 신청서에 지문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돼있다"면서 "주민등록증에 등록된 지문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지문 재등록 시 재발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무인민원발급기 지문인식 실패 사례.[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2021.06.04 min72@newspim.com |
무인민원발급기 지문인식 실패에 대한 경험담은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강종민(36) 씨도 지난달 14일 은행에 제출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주민센터에 위치한 무인민원발급기를 찾았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록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고 쩔쩔맸다. 수차례 시도했지만 지문인식에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창구로 이동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던 강씨는 결국 수수료를 내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강씨는 "은행을 찾아 아내가 임신으로 거동이 불편해 직접 방문하지 못해 신분증만 가져왔다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은행에선 가족관계증명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예전부터 무인발급기에서 지문인식이 잘 되지 않아 그냥 창구에서 뽑았는데, 오늘도 역시 인식이 잘 안됐다"고 토로했다.
한 온라인 맘카페 회원은 "필요한 서류가 있어서 무인발급기에 50번 넘게 해도 안 된다"며 "발급을 못 받아서 결국 세무서에 가게 생겼다"고 했다.
이 외에도 '저도 30번 하면 한번 될까 말까 한다', '공항에서 지문인식으로 통과하는 곳도 인식이 안돼 너무 창피했어요. 전 그냥 동사무소 가거나 인터넷으로 뽑아요', '저도 등록한 손에 상처가 크게 나서 할 때마다 씨름해요. 차라리 홍채인식 같은 걸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등 지문인식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잇따르는 무인민원발급기 지문인식에 대한 민원에도 행안부는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문인식이 잘 안 된다며 편리하게 카카오페이나 결제인증 서비스 등 민간에서 하고 있는 방식을 도입해 달라는 등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하지만 보안이 뚫려 사건이 벌어질 경우 큰 문제가 되는 만큼 우선은 지문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문인식 외 QR코드 등 다른 방법 도입은 보안·기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추후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무인민원발급기 지문인식 실패 사례.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2021.06.04 min7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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