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검찰 조직 내 대규모 '물갈이 인사' 태풍이 목전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지검장은 한때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으로 발탁되면서 주목받았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요직 중 요직으로 검찰총장으로 가는 핵심 보직으로 알려졌다.
장현석 사회문화부 기자 |
아쉽게도 국민들이 그를 주목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이 지검장은 현재 현직 중앙지검장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다. 그런 그가 물러나지 않은 채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그가 문재인 정권 말기 재판에 넘겨지면서까지 유지할 그 '자리'는 어디일까. 바로 그 지점이다.
여기서부터 이미 이 지검장은 검사로서 실격인 셈이다. 이 지검장을 바라보는 국민들 눈에 '친정권 인사'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그의 정치적 중립성은 훼손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조계 안팎에선 이 지검장의 '고검장 승진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지검장의 자리지킴이 개인의 안녕 차원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멈춰버린 사건'이다.
이 지검장이 부임한 지난해 1월 이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주요 사건 상당수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이다. 수사팀은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올해 초부터 불기소 방침을 보고했지만 이 지검장은 결재를 미뤄왔다.
또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수사 착수 5개월만인 지난달 22일에야 첫 피의자 조사가 이뤄졌다. 이 지검장이 수사 지휘를 회피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사건도 공수처와 주요 피의자가 겹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밖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관련 사건(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등)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등도 성과 없이 표류 중이다.
신임 김오수 검찰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수사를 시작으로 공소 제기와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사건 관계인에게는 마치 의사로부터 암진단을 통보받는 것"과 같다. 하지만 수사가 중단된 순간 진짜 혐의자에겐 증거인멸의 기회가 된다. 피해자에겐 지연된 회복으로 인한 위기다.
무혐의자일 경우 더 심각하다. 누군가는 신상이 공개돼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방어권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정신적 고통 속에서 일상생활마저 설 자리를 잃었다. 휘두르지 않는 칼도 검찰에겐 공권력 남용이자 직무유기인 이유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사람들은 검찰을 '법(法)의 수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법이란 시민들 일상이 물 흐르듯 순리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강제력을 수반하도록 한 사회 규범이다. 그래서 법을 뜻하는 한자에는 '물 수(水)' 자와 '갈 거(去)' 자가 들어간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은 법보다는 자리를 수호하기 위해 멈춤을 택한 듯 보인다. 심지어 법 집행 흐름까지 멈춰 세웠다. 스스로 법을 역행할 위기에 처했으면서도 말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상 그의 혐의를 단정할 순 없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무부·검찰 간부가 현직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옷을 벗는 게 관례였다. 이 지검장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노자는 '법'이란 글자처럼 물 흐르는 듯한 순리를 강조했다. 그는 말했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데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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